서울 강남으로 학생들이 가는 까닭 ?
학생들은 학교에서 선생님, 교재, 수업시간, 수업 과목에 대한 선택권이 없다. 하지만 학원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이것이 공교육과 사교육의 차이다. 학교는 학력과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지만 학원에서는 학생의 학력 수준에 맞추어 다양한 수업을 한다. “학업 수준이 너무 다른 아이들을 지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수업 시간에 잠자는 아이들을 깨우는 것도 요즘에는 포기했다”라는 동아일보(2023.6.23)에 실린 경기 A일반고 교사 인터뷰에서 망가진 공교육의 살상을 엿볼 수 있다.
그럼에도 학력이 떨어진 학생들에게도 명문대 입학의 길은 열려 있다. 고난도 킬러 문항부터 일반문항까지 척척 풀 수 있도록 가르쳐 주는 서울 강남 입시학원 일타 강사 강의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학원비와 과외비이다. 경제적 능력이 뒤받침 되어야 한다. 지역적 문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지방 학생들은 사교육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서울이나 대도시 학생만이 가능한 일이다. 예전부터 도시 교육 인프라를 누리기 위해 시골 출신 중고학생들이 대도시로 유학을 왔다. 그결과 시골에서 공부 꽤나 하는 학생들은 부모와 떨어져 대도시에서 살았다.
인터넷 시대에 이런 문제가 일정 부분 해소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제약이 있다. 지방학생도 비대면 강의는 들을 수 있지만 강남 유명 일타 강사 대면수업은 받을 수 없다. 이때문에 방학 때마다 지방 학생들이 서울로 올라와 강남 유명학원 수업을 듣는 열성 학생도 있다. 지방학생에 비해 우수한 교육환경을 가진 서울 출신 학생의 명문대 합격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4년 동안 서울대 및 전국 의대 정시모집으로 입학한 학생 5명 중 1명이 서울 강남, 서초, 송파구 출신이었다. 이 지역을 사교육 투구지역이라 부른다.
지역적 교육 불평등이 서울 강남출신 학생들이 리딩하는 사회구조를 만들고 있다. 정치인도 돈 많은 부자도 자녀 교육을 위해 서울로 강남으로 가는 까닭을 알겠는가. “서울이 답이다.”라는 말이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망아지를 낳으면 제주도로 보내고, 자식을 낳으면 서울로 보내라.”라는 속담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교육을 받아 출세하기 위해서는 서울로 가라는 말이다. 그럼 지방은 어쩌란 말인가. 교육 기회 불평등을 하루빨리 해결해야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다. 대한민국이 아니라 서울민국이 될 판이다. 진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기다.
교육부는 지난 6월 사교육 카르텔, 킬러 문항 등 불공정 불평등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으로 1) 개인 맞춤으로 학력을 증진시키고자 고교 학생들이 수업을 골라 듣고 3년간 192학점을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는 '고교학점제'를 2025학년도부터 시행하고 2) 학생 수준을 측정하기 위하여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치르도록 시도 교육청에 권고하며 3) 수업 전문성이 있는 교사의 인사, 보수, 연수 등 혜택을 주기로 했다.
고교학점제는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공통과목은 상대평가를 기존 방식대로 유지하고 진로, 융합 등 일부과목에 한정하여 절대평가를 도입하기에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우며, 학업 성취도 자율평가는 시험이 늘어나 학원에 '평가 대비반'이 생겨날 수도 있어 역효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교사의 처우 혜택은 수십억 버는 일타 강사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이번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은 알맹이 없는 껍데기 수준이다.
정부는 과거 그 어떤 불평등 해소 교육정책도 먹히지 않았다는 사실을 상기하기 바란다. 대학 입학 한 번으로 인생이 결정되는 대학 서열화, 학벌 지상주이라는 괴물이 살아있는 한 그 어떤 공교육 정상화 교육정책도 먹히지 않을 것이다. 국가는 하루빨리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보다 더 근본적인 교육개혁 정책을 강구해야 하는 이유이다.
오늘(7.10) 자치분권위원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합친 지방시대위원회가 출범하였다. 초대 우동기 위원장은 “교육 때문에 농촌에서 서울로 사람이 몰리고 거시서 각종 사회문제가 시작했기 때문에 교육 문제를 빼놓고 균형발전을 논할 수 없다.” 며 “ 지역에 온기가 전달되는 교육 개혁을 균형발전의 핵심 동력으로 끌고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 위원장은 대학총장(영남대, 대구가톨릭대)을 역임한 교육자로 교육이 지역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어 다행이다. 우 위원장의 교육 개혁이 정부와 정치권의 공감을 얻어 서울과 지방간 지역 교육격차를 줄어주길 바란다.
지방 없는 대한민국은 후손에게 물려줄 순 없다. 지방소멸은 국가적 대재앙이다. 교육 개혁은 자치분권위원회나 교육부 힘으론 역부족이다. 위정자들은 교육당국과 함께 힘을 모아 미래 대한민국을 생각하고 교육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