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소망 사랑

대물림 사랑

kddhis 2023. 7. 24.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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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컴컴한 초저녁, 색파랜 녹색 철제 대문 앞에서 팔순 노부부가 도시로 떠나는 아들을 배웅하고 있다. 나이 든 부부는 얼마나 고되게 육체를 부렸는지 허리가 90도로 굽어진 힘든 몸을 이끌고 자식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아들은 차 안에서 목례와 눈인사로 부모님에게 마지작 인사를 드리며 차를 몰고 그곳을 떠난다. 아들은 백미러로 부모님 모습이 보일 때까지 눈을 떼지 못한다. 이내 시야에서 부모님이 사라지자 가슴이 아린다. 가까이 있으면 자주 찾아뵈었을 텐데 그렇지 못해 마음이 허하다. 휴일을 맞아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을 뵙고 생활 거주지로 이동하는 중이다.

 

부모님을 찾아뵙고 작별 인사로 정을 나누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과거가 되었다. 4년 전 일이다. 아버님은 떠나시고 어머님은 거동불편과 치매로 요양원에 계시기에 더 이상 배웅해 주는 부모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이제는 우리가 아들을 배웅하는 입장이 되었다. 아내는 버스 탄 아들 모습을 한 번이라도 보기 위해 아들을 찾느라 버스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버스가 출발했지만 아내는 버스승강장을 바로 떠나지 못한다. 집으로 향하는 아내 발걸음에 힘이 없다. 말이 없다.

 

 

세대교체가 일어났다. 부모에게 배웅만 받던 자식이 배웅하는 부모가 되었다. 하지만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일방적 사랑은 대물림하듯 이어져 내려간다.

 

쳇GTP 등 신기술이 생기고 손에 컴퓨터 한 대씩 가지고 다니는 시대이지만 몇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부모 자신 간 정을 나누는 방식에는 큰 변화가 없다. 떠나는 자식을 안쓰럽게 배웅하는 부모, 남아 있는 부모에게 미안함을 느끼는 자식. 이것이 인간이 가지는 기본 감정인 사랑이다.

 

자식은 성인이 되어 부모 곁을 떠난다. 결혼하고 자신 만의 가족을 꾸린다. 핵가족이다. 부모는 멀리 떨어져 사는 다 큰 자식이 잘 되기를 염원한다. 자식은 조건 없는 사랑을 준 부모를 찾아뵙지만 해드린 게 별로 없다. 만남도 잠깐, 늙으신 부모님을 남긴 채 생활터전으로 또 떠난다.  반복의 연속이다.

 

시간이 더 흘러 부모는 노쇠하여 자신 몸을 스스로 챙기지 못하는 허약한 상태에 이른다. 부모는 그토록 자식을 위해 살았지만 세월 앞에 자식 앞에 나약한 모습을 보인다. 무너진다자식 역시 현재 생활에 충실해야 하기에 부모를 지극 정성으로 못 모시는 자신의 무능함에 한탄할 뿐이다.

 

부모는 자식을 낳아 기르고 그 자식도 결혼하여 똑같은 사랑으로 자식을 키운다. 이것이 인간이 번성하는 방식이며 지구상에 인간이 영원히 살아남는 생존 방식이다.

 

자식이 둥지에서 떠나기 전까지 부모는 온 힘을 다해 자식을 보호하고 돌본다. 자기 힘만으로 성장한 게 아니다. 부모의 돌봄과 사랑으로 큰 것이다. 부모 은혜를 잊어선 안 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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