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dhis 2023. 9. 1.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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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반 집에서 제일 중요한 메뉴는?  답은 공기 밥이다. 백반 한 상은 국과 밥 그리고 여러 반찬으로 구성된다. 국과 반찬은 식당, 주방장, 계절 등에 따라 바뀔 수 있지만 공기 밥은 그렇지 않다.

 

 

식당에서 제 아무리 맛있는 반찬이 나오더라도 공기 밥이 시원찮으면 그 밥상은 가치가 떨어진다. 더구나 집에서 짓는 밥보다 못하다면 그 백반 식당은 영업이 위태롭다.

 

 

직장에서 정해 놓은 백반 전문식당에 매일 가다시피 한다. 식당 시장은 온화한 외모를 가진 순박한 젊은 청년이다. 주방장도 겸하고 있는 사장님은 정성이 깃든 맛있는 밥상 한 그릇을 9천원에 판다. 밥값이 아깝지 않다. 공기 밥만 더 맛있게 지어 낸다면 더 바랄 게 없다. 옥에 티다.

 

 

식당에서 공기 밥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순댓국, 순두부찌개, 김치찌개, 추어탕에 공기 밥이 함께 나온다. 설령 국이나 찌개가 맛있더라도 공기 밥이 시원찮으며 한쪽 바퀴가 고장 난 수레처럼 밥상은 제구실을 못한다.

 

 

내가 식당 사장이라면 최고급 쌀로 최고 성능 좋은 압력밥솥에 밥을 짓겠다. 공기 밥 대신 돌솥밥을 내놓은 식당이 늘어나고 있다. 왜 번거롭게 돌솥밥을 할까?  공기 밥에 비해 시간과 비용이 훨씬 더 드는데도 불구하고 돌솥밥을 고집하는 이유는 밥 맛 때문이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잘 지어낸 쌀밥에다 묵은 김치 하나면 밥 몇 그릇은 그냥 넘어간다. 씨앗 젓갈에다 막 한 쌀밥이면 허기를 달래기에 충분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묵은 김치와 씨앗 젓갈이지만 기본은 공기 밥이다. 공기 밥 없이 씨앗 젓갈을 얼마나 먹을 수 있겠는가. 김치만 먹고 허기를 달랠 수는 사람은 없다. 밥상에 밥이 빠진다면 앙꼬 없는 찐빵보다 못한 미완성 밥상일 뿐이다. 

 

 

한 끼 해결한다는 의미는 밥을 먹는다는 말이지 밑반찬을 먹고 한 끼 먹었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국이나 밑반찬만 먹으러 식당에 오는 손님은 없을 것이다. 밥을 맛있게 먹기 위해 국과 김치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이지 김치를 먹기 위해 밥을 지는 것은 아니다. 식사의 중심에 밥이 있다.

 

 

공기 밥을 하찮게 여기는 식당이 의외로 많다. 특색 없는 메뉴를 수없이 나열해 놓고 뜨내기손님을 기다리는 식당에 가보세요. 보온 통에 보관한 어제 지은 공기 밥을 손님 오면 내놓습니다. 막 지은 밥이 맛있지 하루 전에 지는 밥이 얼마나 맛있겠습니까.

 

 

공기 밥 하나면 그 어떤 국과 반찬도 상관없이 한 끼를 거뜬히 해결할 수 있다. 돌솥밥이 아니라면 최고급 쌀과 성능 좋은 압력밥솥으로 공기 밥을 지어내라.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가능한 바로 짓은 밥을 내놓아야 한다. 밥은 시간 지나면 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집 밥보다 못한 공기 밥으로 식당 하는 사장은 전문성이 없다고 단정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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