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를 줄이는 방법
재래시장 후미진 곳에 위치한 공구상에 왔다. 공구상 가는 골목 2차선 양쪽 옆에 주차된 차 때문에 오가는 차량들이 꽉 막혀 한동안 차가 멈추서 짜증이 났다. 겨우 비좁은 재래시장 골목길을 지나 어렵게 공구상에 도착했다.
질서 없게 진열된 갖가지 공구용품으로 매장은 어수선했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매장 바닥에서는 직원이 예초기를 수리하고 있었다. 사장이 누구이고 손님이 누구인지 구분이 안 됐다. 옆에서 잠시 대화를 듣고서야 이 분이 사장이고 저분이 손님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사장님, 농약분무기 있습니까?"라고 조금 큰소리로 물건을 주문했다. 큰 목소리에 놀란 사장님은 매장 밖에서 농약분무기 박스를 가져와 우리 앞에 놓고 상자를 열어 분무기를 보여주었다.
2년 전에 인터넷으로 구입한 분무기가 고장이 났다. 수리하여 사용할까도 생각했지만 어디서 수리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수리비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아 새것으로 구입하기로 했다. 혹시 고장이 나면 구입처에서 수리를 해 주기에 온라인 대신 이곳 공구상에서 농약분무기를 샀다.
지난 장마철에 농약분무기를 사용하고 방치한 탓에 물어 젖어 망가졌다. 예초기, 경운기 등 농기구는 사용 후 보관 관리를 잘해 놓아야 다음에 사용하는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그렇지 않으면 기계에 녹이 슬고 심하면 작동이 되지 않아 수리를 하던가 아니면 새것으로 교체를 해야 한다.
당장 농기구를 사용하는데 집중하지만 사용 후 보관 관리에는 소홀하다. 다 게으름 탓이다. 농기구 보관 관리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인간은 당장의 편안함, 즐거움, 쾌락, 유희를 쫒는 데는 선수지만 내일을 준비하는 데는 아마추어 수준이다. 지금 즐기고 보자는 악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내일은 내일 걱정하자는 안일한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용한 기계를 방치해 고장이 나면 수리하거나 새것으로 교체하면 되지만 방치한 시간은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나 교체가 불가능하다.
이처럼 시간을 방치하면 돌이킬 수 없고 후회만 남는다. 30대 청년은 학창 시절을, 50~60대 중년은 20~30대 청년시절을 그리워하며 후회한다. 그러나 한 번 지나간 시절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지 말고 현재에 충실하자. 지나간 시절을 아쉬워하지 말자. 지금 이 순간 알차게 보내는 것만이 후회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꾸 지나온 아쉬운 시절을 뒤돌아 보게 된다. 그리고 후회 속에 파묻혀 살다가 죽는다.
"후회는 쉽고 육체와 머리 쓰는 노력은 하기 싫다. 그래서 노력보다 후회를 선택한다.". 만일 이런 선택을 했다면 인생을 망치는 최악의 선택을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