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가득한 음식
추석 날 아침 7시, 차례상 준비가 다 끝났다. 어제 아내가 장만한 명절 음식을 식탁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고 조상님께 절을 드렸다.
명절 때면 매번 하는 제례의식이다. 아버님 살아생전에는 어머님이 준비하신 차례상 음식으로 아버님 주도로 제례의식을 거행했다. 하지만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어머님까지 아프신 이후에는 맏며느리인 아내가 차례상을 준비한다.
추석 날, 오늘 아내는 근무하는 날이다. 차례를 마치자마자 아내는 음식을 정리하고 가족과 함께 아침을 먹고 서둘러 출근을 했다. 추석 날 근무에도 불구하고 아내 혼자 명절음식 만드는데 수고가 많았다. 인상 한 번 안 쓰고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정성스럽게 조상님께 올릴 차례 음식을 만든 아내에게 어찌 고맙지 않겠는가.
그런데, 이번 추석 음식 장만은 별일이고 특별하다. 명절 음식에다 여러 가지 음식을 추가로 만들었다. 고기만두, 김치만두, 육개장, 잡채, 배추 물김치까지 이중 한 가지 음식을 만드는데도 힘들 텐데 혼자서 다 만들었다. 재주꾼이 따로 없다.
사실 아내는 손재주가 남다르다. 자기 옷을 직접 수선한다. 다이어트해서 몸무게를 줄이더만 몸에 맞지 않은 원피스 일부분을 자라내고 붙여면서 꼼꼼히 손바느질하여 수선한 원피스를 입고 다니는 괴짜다. 직접 수선한 옷은 누가 바도 옷수선 전문가 수준급이다.
음식전문가 유튜버 도움으로 요리를 쉽고 수월하게 척척 잘도 만든다. 잘게 다진 돼지고기와 소고기에다 당면, 양파, 부추, 숙주나물 등을 다지고 갈아 만든 만두소를 만두피에 넣고 만두모양을 만든 다음 큰솥에 넣고 쪄냈다. 혼자 만두 70개를 뚝딱 만들었다. 맛 또한 끝내 준다. 요리 전문가 수준급이다.
이게 다가 아니다. 통배추로 오이를 넣어 시원한 물김치를 큰 통에 가득 남았고, 냉면, 소고기, 당근, 버섯 등을 가지고 내가 좋아하는 잡채도 만들었다. 애들이 좋아하는 우럭, 광어회를 먹고 남은 생선 머리와 뼈로 매운탕까지 끊였다. 여기에 차례상에 올릴 소고기 뭇국까지 합치면 국 종류만 3가지다.
더욱이 저녁에 만둣국을 끊인다고 하니 육개장, 매운탕, 소고기 뭇국에다 만둣국까지 합치면 4가지 국을 언제 다 먹는단 말인가. 행복한 고민이다. 아내 요리 솜씨에 할 말을 잃었다. 냉장고와 김치냉장고도 부족해서 다용도실에 음식으로 가득하다. 쌓인 음식을 보고만 있어도 배부르다
6일 추석 연휴 딱 한 끼 외식했다. 나머지는 삼시 세 끼는 아내가 요리한 음식으로 매끼를 해결했다. 이중에 제일은 내가 좋아하는 잡채 요리다. 중국집에 가면 내가 시켜 먹는 메뉴가 잡채밥이라는 것을 아내는 기억하고 있었다. 이걸 알고 추석연휴를 맞아 잡채 요리를 한 것이다. 추석 차례상 준비도 힘들었을 텐데 잡채까지 해준 아내가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