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눈에 보이는 시장 작동 메커니즘
사무실 옆 건물 족발전문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 식당은 반찬을 넉넉히 주지 않아 손님들이 반찬을 더 달라고 종업원을 자주 부른다. 손님의 반찬 요구에 일일이 대응하는 식당 직원은 정신없이 반찬을 손님 테이블에 갔다 주는 번거로운 일이 반복되고 있었다.
해결책으로 식당은 손님에게 반찬 양을 조절해 충분한 반찬을 제공해야 한다. 또 다른 해결 방법으로 손님이 직접 추가 반찬을 가져다 먹을 수 있도록 식당 중앙에 반찬 음식대를 비치해 놓는 것이다. 반찬 음식대를 식당 중앙에 놓은 이유는 손님 이동거리를 골고루 하기 위함이다. 다음에 소개할 순대집이 이런 셀프 반찬 음식대를 배치하여 부족한 식당 일손을 해결하고 있다.
식당 운영비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최저 임금이 올라가자 일부 식당에서는 발 빠르게 인력을 줄이고 키오스크나 서빙로봇을 도입하고 있다. 고임금시대에 자영업자는 인력 낭비 요소를 줄이는 방법을 찾아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참새가 방앗간 들리 듯 오늘도 점심 후 사무실 근처 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매장이 널찍한 카페다. 어림잡아 30평은 족히 되어 보였다. 주문한 음료와 키위, 꿀 바른 떡이 함께 나왔다. 키위와 떡은 서비스다. 카페 사장님의 깔끔한 외모만큼이나 내놓은 커피와 다과는 정성이 가득했다.
사장님은 코로나19 기간에 마이너스 매출에도 지금까지 폐업 않고 잘 견뎌 내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손님이 적다. 매출 증대를 위해서 변화가 필요하다. 내가 사장이라면 매장 일부 공간을 베이커리 주방 및 판매대로 사용하여 커피와 함께 제빵을 팔겠다. 사장님 본인이 베이커리 만드는 기술이 없으면 제빵사를 고용하든가 아니면 협력하여 커피와 제빵을 함께 판다면 손님을 더 많이 끌어드릴 수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카페 손님들은 의례적으로 커피와 함께 빵을 시켜 먹는다. 요즘은 커피 전문점에서 빵이나 디저트를 팔고 제빵 전문점에서 커피 등 음료를 판다. 제빵 전문점이든 커피 전문점이든 상관없이 고객은 콸러티 있는 편안한 휴식공간을 원한다.
해 질 무렵 순대 전문식당에서 동료와 저녁을 먹었다. 앞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이 순대집은 매장 중앙에 손님이 직접 반찬을 마음대로 가져다 먹을 수 있게 반찬 음식대를 설치해 놓고 손님을 부려 먹는 똑똑한 식당이다. 이런 시스템을 갖춰놓고 사장님은 주문받도 요리하고, 서빙, 계산까지 모든 식당 일을 혼자서 다 하신다.
이 식당의 아쉬운 점은 공깃밥이다. 싸구려 티가 풍기는 저급 쌀을 쓰고 있었다. 밥에 윤기도 없고 찰지지도 않다. 바람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묵은쌀처럼 맛이 없었다.
순댓국 밥상은 세 가지 음식으로 구성된다. 순댓국, 공깃밥 그리고 밑반찬이다. 순댓국과 반찬은 그런대로 먹을 만 하지만 공깃밥을 낙제점이다. 식재료비를 아끼려고 질 떨어진 쌀을 썼다면 사장님은 식당운영에 큰 실수를 한 것이다. 쌀값 아끼려다 손님이 줄어 결국 매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개업 후에 식당이 잘 되다가 몇 달지나 서서히 손님이 줄어들어 결국엔 적자에 견디지 못하고 폐업하는 식당이 어디 한둘이던가.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작은 것을 탐하다가는 큰 것을 놓칠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국밥집에서 공깃밥이 차지하여 비중은 생각보다 크며 손님의 입맛은 의외로 까다롭다. 지역에서 맛집으로 소문난 추어탕집에서 공깃밥대신 돌솥밥을 왜 짓겠는가. 제아무리 추어탕이 맛이 있어도 공깃밥이 시원찮으면 밥맛이 떨어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이치다. 맛집 추어탕집에서 번거롭게 돌솥밥을 고집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슈퍼에서 파는 햇반보다 못한 공깃밥을 내놓은 식당을 전문성이 있는 음식점이라 말할 수 없다.
당장 눈앞의 이득을 위해 수익만을 생각한다면 사업해서 성공할 수 없다. 사업을 길게 보고 손님에게 이득이 되도록 장사를 해야 당골이 늘고 입소문이 나서 줄 서는 영업장을 만들 수 있다. 그러면 자연히 매출이 증가하고 수익이 올라간다.
소비자는 자신의 호주머니를 노리는 가게를 다시 찾을 리 없다. 생각만 해도 불쾌하다. 악플을 퍼트리지 않으면 다행이다. 이것이 소비자 심리이다. 먼저 고객을 만족시키고 그다음 돈을 버는 것이다. 앞뒤가 바뀌면 사업에서 결코 성공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