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소망 사랑

아버님의 파랑새

kddhis 2023. 4. 14. 19:31
728x90
반응형

살아생전 아버님은 조상 묘를 한 곳에 둘 수 있는 선산(先山)을 사기 위해 30년 넘게 고향 인근에 있는 산() 이란 산()은 거의 다 가보셨다.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조상 묘를 모아놓을 수 있는 선산(先山) 장만은 할아버님의 유언이기도 했다. 이에 선산(先山) 마련은 아버님 생애에 달성해야 할 최고 미션이 되었다.

   

“아그야, 좋은 묏자리가 나왔 땅깨, 지관(地官)이 명당이라 했어야”  아버님 말씀이 이어졌다.  “남향에다 흙도 좋고 우리 논 옆에 있는 산()에 있는 땅이여, 이 산()을 사야 혀, 어째 쓰면 좋겠냐 ““ 간절함이 묻어나는 아버님의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들려왔다.

   

아버님은 지관(地官)을 모시고 () 소유자가 누군지도 모르는 남의 ()에 올라가 () 어느 위치에서 괜찮은 묏자리를 찾았다는 사실을 제게 알려주려고 전화를 하셨다. 아버님이 평생 농사짓던 우리 논 옆에 있던 친숙한 야산이다.

 

 난감했다. () 임자가 누구인지도 모른다. 소유자가 팔 의사가 있어야 사는데... 고민일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아버님은 그 산()을 사야겠다는 마음이 크셨다. 완전히 산에 꽂히셨다. 집에서 가깝고 우리 논 옆에 있는 산(山)은 아버님 구미를 땅기기에 충분했다.

   

몇 날을 고민한 끝에, 아내가 등기부등본에 기재된 소유자 이름과 주소를 확인하고 소유자 주소지 면사무소에 전화했다. 마음씨 착한 면사무소 직원은 이장님의 연락처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이장님과 통화하여 산() 소유자 연락처까지 알아냈다. 여기까지 아내의 역할이 컸다.

 

요즘 같으면 개인정보호보법으로 타인의 전화번호를 얻어낸다는 게 불법이라 쉽지 않았을 것이다. 오랜 전 일이라 이렇게 마을 이장과 산() 소유자 전화번호를 얻어낼 수 있었다.

 

소유자에게 전화를 했다. 소유자는 팔순을 앞둔 어르신이셨다. 얼굴 모르는 어르신은 돈이 필요했던지 산()을 팔겠다고 했다. 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소유자가 팔지 않겠다고 하면 선산(先山) 장만은 여기서 끝이다.  하나님이 아버님의 간절한 소망에 응답한 게 분명했다. 

 

아버님은 현 시가보다 더 주더라도 꼭 그 산()을 사고 싶어 하셨다. 하지만 나는 매수를 서두르지 않았다. 몇 번의 전화가 오간 후에 나는 소유자 어르신께 적정 매수 가격을 제시했다. 마침내 전화상으로 가격을 흥정하여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2018, 아버님이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선산(先山)을 장만하셨다. 아버님 생에 마지막 미션이 이루어졌다. 아버님은 30년 넘게 선산(先山)을 찾아 저 멀리 남의 마을까지 돌아다녔지만 아버님의 선산(先山)은 집에서 가까이에 있었다. 수십년 간 고향마을 밖에서 찾아다녔던 파랑새라는 선산(先山)은 아버님의 평생 일터 앞에 있었다.

 

 

지관(地官) : 풍수지리설에 따라 집터나 묏자리를 가려서 고르는 사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