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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싫어하는 까닭

kddhis 2023. 10. 17.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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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동시간이 아까워서 여행을 싫어한다.

 

 

해외여행 이동시간을 따져보자공항으로 이동출국수속 및 탑승대기비행시간입국 수속여행지에서 이동시간,  사이사이 대기시간 등을 계산하면 이동시간이 여행에서 차지하는 시간이 상당하다.

 

 

국내여행은 해외여행보다 이동시간이 덜 들겠지만 도로에 버려진 시간이 아깝다도로가 막히면 시간을 더 써야 한다. 앉아서 당하는 꼴이다이런 시간낭비에 누구도 보상은커녕 책임져 주지 않는다. 도로공사, 서울시청 때문일까. 이들 기관의 잘못이 아니다. 너도나도 차 몰고 거리로 나온 까닭이다. 우리 책임이 더 크다. 그래서 하소연할 때가 없다. 이렇게 길거리에서 시간을 죽이는 꼴이 허다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기다리는 시간 때문에 승용차보다 더 걸린다여행자 잘못도 아닌데 비행기, 열차 연착이 종종 발생한다연착으로 시간을 죽이는 일이 어디 한 두 번이던가한 번 당하고 또 당한다무엇보다 대기시간 때문에 역 보너스로 시간을 더 지불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이동으로 버려진 시간이 아까워서 여행을 싫어한다

 

 

각 여행마다 목적이 있다. 우리와 다른 역사와 유적지를 가볼 수 있고 광활자연을 볼 수 있으며눈이 커질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과 경치를 볼 수 있선명한 하늘에 푸른 물이 넘실거리는 해변가 야자수 아래에서 오징어처럼 긴 의자에 늘어져 열대야 지방 고유 음료를 마시며 달콤한 시간을 즐길 수도 있.

 

   

하지만 이렇게 여행을 즐기려면 이동시간을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이동시간소모 없이 유튜브 등 영상으로 사진과 그림, 책으로도 얼마든지 여행지를 맛볼 수 있다. 집에서 편하게 빨간 양념이 발라진 교촌치킨과 콜라를 마시며 세상 구경 할 수 있는 세상이다여행 전문가들이 얼마나 여행지에 대해 설명을 잘해주는지 직접 여행 가는 것보다 더 많이 알게 되고 배울 수 있다비록 현지에 직접 가는 것보다 현장감은 떨어지더라도 시간투자대비 효율이 높다.

 

 

사실 여행자들이 시간 들여 고생해서 다녀와도 별로 얻는 게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남들 비행기 타고 보라카이발리프라하하와이싱가포르홍콩유럽,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간다고 하니 너도나도 떠나는 것이다남 따라 강남 가는 격이다친구 따라 장에 가는 줏대 없는 꼬락서니다특별히 의미를 가지고 여행 가는 경우는 드물다는 게 제 생각이다.

 

 

남도 가니 나도 간다다들 해외여행제주도 간다고 하니 따라가는 사람이 많다집에서 세상을 볼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여행대신  읽고 싶은 책 보고, 어학이든 기술이든 자기계발하고 아니면 운동으로 건강 챙기던가. 그것도 아니면 동네 공원에서 사색을 즐겨라. 복되고 피가 되고 살이 되지 않을까 싶다.

 

 

15년 전 중학교 2학년 아들과 함께 런던과 파리를 여행 갔을 때다파리 숙소에서 신혼부부를 만났다신부가 결혼식 피로감과 이동시간 때문에 쓰려졌다그래서 신혼여행에 차질을 빚었다는 소리를 들었다. 신부는 결혼식에서 힘 빼고 곧바로 신혼여행 가기 위해 닭장 같은 비좁은 비행기 의자에 수 시간을 앉아 파리에 도착한 다음 식당숙소랜드마크 등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바람에 지쳐 기절한 것이다.

 

   

결혼하면 으레 신랑 신부는 신혼여행을 해외로 떠난다그렇게 여유들이 다 있단 말인가. 혹시 자기 주관과 상관없이 남들이 해외로 신혼여행 가니까 자신들의 여건과 상관없이 남 따라 해외로 여행 가는 것은 아닌지 잘 생각해 볼 일이다.

 

 

여행을 폄하하고 싶다. 그러나 이것은 오로지 제 생각이다. 각자 취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힘들고 돈이 들어도 이동시간이 소모되어도 공항 대합실에서 주야장천 지루한 기다림이 좋아 그래서 여행이 좋다는 사람은 여행을 가라. 탐승대기 시간이 아까워서 나는 안 간다. 차라리 방콕 해서 육체와 영혼을 살찌우는 책을 실컷 읽겠다.

 

 

이것만은 분명히 하자. 여행에는 목적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타분한 이동시간으로 고통만 있고 알맹이가 없어 그래서 목적이 불분명한 여행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글을 쓴 후 소회는 이렇다. 오랫동안 이 주제(이동시간 때문에 여행에 대한 부정적 견해)로 글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글이 잘 써지지 않았다. 한두 문장 끄적끄적하다 덮고, 다시 쓰다가 접고 그만 두기를 반복했다. 왜냐하면 여행에 대한 내 주관적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오늘 새벽 4시에 일어나 썼다. 아내도 내 의견에 반대할 게 분명하다. 그래서 더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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