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소망 사랑

바람 소리

kddhis 2023. 10. 21.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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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소리가 없다

소리 없이 다가와

우리를 만나는 순간

바람 소리를 느낀다

 

 

모 기관을 방문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거리에 사람들은 아직 거울도 아닌데 벌써 두꺼운 외투와 털 옷을 입은 사람이 많았다. 가을 옷을 입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 겨울 옷으로 바꿔 입어야 할 판이다.

 

 

사무실 나오기 전에 뉴스에서 기온이 뚝 떨어지니 패딩을 준비하라는 일기예보 기사가 생각났다. 밖에 나와 보니 기상예보가 실감 났다. 25도를 오르내리던 날씨가 며칠 사이에 15도 이하로 떨어져 추웠다. 노란 붕어빵과 나무 젖가락에 키워진 오뎅을 파는 거리 포장마차가 겨울 풍경을 그리고 있었다,

 

 

찬 바람이 세차게 불어 추위를 더 부추기고 있었다. 강한 바람은 나무를 흔들고 길바닥에 떨어진 낙엽은 사방팔방으로 나부끼게 하고 있었다. 내 머리스타일까지 엉망으로 만들었다. 바람 때문에 앞머리로 살짝 가린 넓은 이마가 여지없이 드러났다. 나의 외모에 치명상을 입혔다. 그래서 나는 바람을 싫어한다. 내가 바닷가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도 똑같다.

 

 

바람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이것을 미리 안다면 내 머리 스타일을 망가트린 바람의 공격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 보았다. 

 

 

바람은 자연의 힘이다. 나는 바람이 어떻게 만들어져 우리에게 다가오는지 모른다. 과학서적을 뒤져 공부하면 알 수 있겠지만 굳이 거기까지 공부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 그냥 말았다. 대기 공기압이 갑자기 불완전해져서 만들어진다는 아내의 말에 동의도 반대도 못했다. 아내가 과학 전문가도 아니고 정확한 근거를 대며 말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바람은 소리가 없다. 바람은 스스로 소리를 내지 못하고 사물과 마찰을 일으켜 소리를 만든다. 나무에 부딪쳐 나뭇잎이 나부끼는 소리를 내고 깃발에 부딪쳐 태극기가 펄럭이는 소리를 만든다.

 

 

제일 눈에 띄는 소리는 현수막 휘날리는 소리다. 전신주나 가로등 기둥에 고정된 현수막은 바람의 연속 펀치에 대책 없이 위아래로 흔들리며 우리가 흉내 내지 못하는 그렇지만 익숙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볼썽사나운 소리도 들린다. 차량이 붐비는 네거리에 정치인 현수막이 홍수를 이루고 있는데 소유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현수막이 흔들리는 소음으로 도시가 난리가 났다. 자기 알아 달라고 흔들거리는 정치 현수막 풍경은 마치 말싸움 몸싸움하는 국회를 거리로 옮겨 놓은 듯 그 소리가 요란하다. 이 소리 역시 바람 스스로 내는 소리가 아니고 정치 현수막이 흔들리는 소리다.

 

 

바람은 얼굴과 귀에 부딪혀 나는 "휘이윙" 소리를 우리는 바람 소리라고 인식한다.  우리가 듣는 "휘이잉" 소리는 우리 신체와 부딪쳐 나는 마찰 소리일 뿐 바람이 스스로 내는 소리가 아니다.

 

 

나는 아직까지 바람이 스스로 내는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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