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소망 사랑

자전거 타고 피노키오

kddhis 2023. 11. 1.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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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 누워 있는데 위층에서 흉내를 낼 수 없는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그렇다고 개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나는 아이들의 정서를 위해서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애완동물 기르는데 찬성하기 때문이다.

 

 

애완동물을 기르는 가정은 부지런한 집안이라고 좋게 생각한다. 먹이 주고 목욕시키고 아프면 병원 데려가고 털 깎아 주고, 똥오줌 치우는 등 시간과 정성을 들일 수 있는 사람만이 애완동물을 키울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나는 믿는다.

 

 

애완견을 안 키워 봐서 모르지만 함께 근무하는 동료가 아이 반명(1/2)을 키울 정도의 시간과 수고에다 돈도 꽤 들어간다고 말해 주었다. 그래서 그렇게 알고 있다.

 

 

우리 가족이 애완동물을 집에 들이지 않은 이유는 아내가 털 날리는 동물을 싫어할 뿐만 아니라 키울 여유와 능력이 안 돼서 애완견은 꿈도 꾸지 못한다.

 

 

대신 공기정화 작용을 해 주는 소피아 고무나무 등 반려식물을 기르고 있다. 이것마저도 지난여름에 절반 이상을 당근마켓에 내다 팔았다. 식물에게 제때 물을 주는 일조차도 시간이 아까워서다.

 

 

그렇다고 애완동물이 없다고 집이 삭막하지는 않다. 아직 우리집에 반려식물 화분 3개가 남아 있고 그 옆에 20132월 말쯤 프랑스 지방으로 출장 갔다가 사온 철 깡통으로 만든 노란색 피노키오가 거실에서 우리를 매일 반겨주고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 타는 피노키오는 우리 집을 대표하는 마스코트다. 가느다란 다리과 큼직한 발로 자전거 페달을 밟고 있는 철재 피노키오는 남자 아이다. 피노키오는 항상 우리 거실 정면 책장 사이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다.

 

 

20132월말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렌터 카를 빌려 타고 독일에서 프랑스로 넘어가고 갔다. 우리는 프랑스 어느 지방 약속장소(기억이 없음)로 가는 길에 잠깐 관광지에 들렸는데 기념품을 파는 상점에서 남자와 여자 피노키오를 가게 밖에 진열해 놓고 있었다. 처음 본 순간 귀엽고 이쁘다.”는 생각만 하고 그 관광지를 떠났다.

 

 

인형 가게를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피노키오가 아른거렸다. 이 먼 프랑스 남부 이름 모를 지방까지 와서 귀여운 노란 철재 피노키오를 놓친다면 후회가 클 것만 같았다. 다시 말에 노란 피노키오에 마음이 넘어갔다. 피노키오 없이는 프랑스를 떠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함께 간 동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피노키오를 사기 위해 오던 길로 다시 돌아갔다. 그런데 가게 문에 점심시간이란 메모가 붙어 있었다. 동료들에게 미안하고 민망했다. 네 소유 욕심 때문에 일정이 지연되고 피노키오도 구입 못하고 난감했다.

 

 

점심시간이 되어 우리는 근처 식당으로 들어갔다. 중국음식이 나오는 식당이었다. 식당에서는 프랑스 남부지방이라 그런지 영어를 쓰지 않았다. 간단한 영어와 손짓 몸짓으로 음식을 주문해서 허기를 채웠다.

 

 

출발하기 전에 혹시나 해서 그 인형가게를 들렸는데 마치 가게 문이 열려 있었다. 남자와 여자 중 마음에 더 끌리는 남자 피노키오를 기분 좋게 샀다. 동행인들에게 미안했지만 나는 기분이 좋았다. 나는 겸연쩍었지만 동료들은 씁쓸했을 것이다. 인형하나 사려고 가던 길을 되돌아와 여행시간을 지연시킨 죄다.

 

 

40cm 넘는 철재 피노키오를 들고 다닐 수가 없었다. 피노키오를 포장해야 했다. 그래야 다음날 비행기에 싣고 갈 수가 있다. 그날 저녁 유스호텔처럼 단체 손님을 대상으로 하는 숙소로 들어갔는데 나는 열심히 피노키오를 넣을 포장지를 찾고 있었다. 다행히 호텔 부근 소매점 같은 데서 어렵게 박스를 구해 숙소에서 피노키오를 포장했다.

 

 

유럽여행을 마치고 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밟은데 기내 반입 수화물에 제한이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무게, 크기, 개수 등에 따라 기내 반입 제한규정이 항공사마다 달랐다. 또한 개인당 1개 수화물은 무료이지만 나머지 수화물은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따라서 나는 배낭과 피노키오 둘 중 하나는 돈을 내고 수화물을 부쳐야 했다.

 

 

피노키오가 배낭보다 무게가 널 나갔기 때문에 피노키오를 유료 수화물로 선택하여 부쳤다. 그런데 수화물 비용이 피노키오를 산 금액정도였다. 속이 상했다. 배꼽이 배보다 크다는 생각에 머리가 아팠다. 피노키오 가격은 60이나 80유로쯤 했을 것이다. 10년 전 일이라 정확하지는 않다. 동료가 위로해 주었지만 그 위로가 오히려 기름이 되어 하마터면 눈물을 보일 뻔했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 집으로 이민 온 철재 피노키오가 매일 나를 반겨준다. 아내는 가끔 언제 여자 피노키오를 찾으려 가냐고 농담반 진담반 내게 묻는다. 그러면 나는 치마 입은 피노키오를 꼭 데리고 오겠다고 장담하지만 실은 그 상점이 어디에 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게 문제다.

 

 

똥도 오줌도 싸지도 않고 털도 날리지 않은 노란 모자를 쓴 피노키오, 추억을 담고 있는 자전거 타는 피노키오가 나는 좋다.

 

 

누구 없소? 사진과 같은 피노키오를 어디서 구입할 수 있는지 아시는 분을 연락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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