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가방을 들 쳐 매고 차키를 바지 주머니에 넣고 손에 핸드폰을 들고 집을 나섰다. 어제저녁 8시쯤 들어온 아파트를 나와 사무실로 가는 길이다. 나는 매일 집과 사무실을 오가는 직장인이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면 몇 분 만에 엘리베이터 문이 소리 없이 열리며 1평도 안 되는 공간이 우리를 기다린다. 그 비좁은 공간으로 몇 발자국 옮겨 뒤로 돌아 서면 자동으로 문이 닫히지만 성질 급한 나는 문이 스스로 닫히는 걸 기다리지 못하고 닫힘 버튼을 눌려 강제로 문을 닫는다.
엘리베이터의 정면에 층수 표시등 숫자가 줄어들기를 기다리면서 그 자리에 1분이나 2분쯤 부동자세로 서 있으면 엘리베이터는 주차장으로 가는 지하층에 이른다.
아침 7시가 조금 넘었다. 오늘 우리 말고는 다른 승객이 없어 엘리베이터는 멈춤 없이 지하층으로 내려가지만, 등교시간 때 엘리베이터는 마치 중간중간에 서다 가다를 반복하는 완행열차처럼 속도가 느려 출근시간엔 짜증이 날 때도 있다.
지하주차장으로 내려와 차를 찾아 시동을 켜고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여러 번 꺾어가며 라이트로 밝힌 어두운 주차장에서 빠져나온 자동차는 본격적으로 도로를 달린다.
우리 아파트를 기준으로 강 건너 동쪽에 사무실이 있어 동쪽 뱡향으로 차를 몰고 간다. 출근시간에 맞추어 떠오는 태양이 차 정면을 비춘다. 우리는 눈부신 태양을 똑바로 볼 수 없어 햇빛 가리개로 빛을 막는다. 차 운전에 방해되기 때문이다.
매일 태양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구름 낀 날이면 어디에 숨었는지 해는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태양은 그때그때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구름사이로 일부만 보일 때도 있고 전체 모습을 보여줄 때도 있다. 어떨 때 이글거리는 모습으로 모든 만물을 다 태워버릴 듯 힘을 과시하기도 한다. 다른 때는 태양답지 않게 꺼져가는 불씨처럼 희미한 빛을 발할 때도 있다.
아침에 밝은 태양을 보면 기분이 좋다. 내 마음까지 밝아진다. 구름 낀 날씨보다 환한 태양이 떠오른 날에 희망이 샘솟는 느낌이다. 물론 한여름 태양은 기피대상이지만 더위만 피할 수 있다면 태양은 긍정이고 희망이며 좋은 손님이다. 매일 아침에 보는 태양은 우리에게 좋은 소식이 있을 거라는 암시를 주는 뜻하다. 밝은 태양을 보면 이유 없이 좋은 생각이 든다. 마음으로 소원을 빌기도 한다.
15분가량 차를 몰고 가다가 남쪽 방향으로 90도 틀어 7분쯤 가면 마침내 사무실에 도착한다. 오늘은 밝게 빛나는 큰 태양을 보면서 차를 몰았다. 햇무리까지 빛이 선명하게 비추고 있었다. 똑바로 오래 쳐다보지 못할 정도로 빛은 강렬했다. 태양 빛을 받아 오늘도 힘차게 시작해 보자고 다짐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