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 가정의 평화를 지킨다.
저녁 10시가 넘어 작은 방에서 글쓰기를 마치고 거실로 나오는데 큰방에서 킁킁 앓은 소리가 들렸다. 무슨 소린가 하고 큰방으로 들어가니 아내가 침대에서 배 아프다고 뒹굴며 울고 있었다. 그러다가 화장실에 들어가 배설을 하면서도 계속 울어 댔다. 아내는 배가 아프면서 얼굴이 하해 진다며 인터넷으로 그 증상을 검색해 보라고 해서 나는 얼른 검색해 보았지만 아내의 아픈 증상에 대한 정보는 어디에도 찾을 수가 없었다.
화장실을 갔다 온 후, 1. 2분 침대에서 창자가 꼬였는지 아니면 맹장이 떠졌는지 아내는 아프다며 계속 끙끙거렸다. 안 되겠다 싶어 옷을 주서 입고 대학병원 응급실로 아내를 데리고 갔다. 저녁 10시 40분쯤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응급실 접수창구 앞에는 우리보다 먼저 온 환자 3명이 아내처럼 찡그린 얼굴을 하고 진료 순번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픈 아내는 얼마나 힘들었는지 의자에 드러눕는다. 한시가 급한데 의사는 안 보였다. 진료실과 접수창고롤 오가는 간호사가 순번에 따라 환자를 호출하여 진료실로 들려 보내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간호사는 방송으로 아내의 이름을 부르며 진료실로 들어오라고 했다.
간호사는 혈압을 제고 의사는 증상을 물어보고 서류에 확인한 다음 간호사는 응급실 안쪽에 있는 병실로 우리를 데려고 갔다. 병상으로 들어가니 여러 환자들이 각각의 침대에서 누워 있었다. 의사들은 환자의 증상을 확인하고 간호사들을 주사를 놓거나 환자복을 갔다 주는 등 환자를 돌보고 있었다.
아내는 침대에 벌렁 눕더니 춥다며 겉옷을 이불 삼아 덥었다. 아내 겉옷으로 못다 덮은 아내의 발목과 다리 부분을 내 겉옷으로 덮어 주었다. 몇 분지 났을까 아내는 통증이 가란 앉았다고 집에 돌아가자고 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바로 갈 수도 없고 통증이 완전히 없어진 것도 아니었다. 그냥 병원의 검사와 진료를 받기로 했다.
간호사는 아내 손등에 주사 바늘을 꽂아 수액 주머니를 연결하고 장염을 박멸하는 주사를 놓는 듯했다. 잠시 후 간호사는 다시 나타나서 엑스레이 촬영을 해야 한다면 아내를 데리고 엑스레이 촬영실로 갔다. 병원에 오면 당연히 하는 소변감사와 피검사도 했다. 응급실에 온 지 2시간이 지날 때쯤 담당의사는 검사결과 장염지수는 높지 않다면 귀가해도 좋다고 말해주었다.(의사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주었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
치료비, 진찰료 그리고 약값을 지불하고 약국에서 약을 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가 배가 아프기 시작한 지 2시간이 조금 넘어서야 통증이 가라앉았다. 하지만 복통이 완전히 가시지 않아 아내는 여전히 힘들어했다. 주사와 수액을 맞아서 인지 알 수 없지만 아내는 맥 빠진 체로 잠에 빠져들었다.
갑자기 벌어진 3시간의 응급사태를 수습하고 내가 잠자리에 든 시각은 새벽 2시경이었다. 다음 날 늦잠을 잤고 또한 내 몸이 힘들어서 1시간 늦게 출근했다. 그 여파로 육체가 힘들었지만 출근해 직장에서 맡은 일에 남은 에너지까지 전부 쓰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는 아직도 힘든지 계속 자고 있었다. 나 역시 씻고 저녁 먹고 글을 쓰다가 도저히 진도가 나가지 않아 8시경에 아내 옆에서 쓰러지듯 잤다.
집에 아픈 사람이 없어야 가정의 평화를 누릴 수 있고 아프지 않은 게 가족을 도와주는 일임을 새삼 깨닫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