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소망 사랑

고물이 된 압력 밥솥

kddhis 2023. 11. 19.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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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가전제품은 골동품 수준이다. 20년이나 그 이상 먼 옛날에 구입한 구형 냉장고, 세탁기, 김치냉장고 등을 사용하고 있다. 여러 번 이사를 해서 찌그러지고 모서리에 녹이 슬어 보기가 흉하지만 그래도 잘 작동된다. 가끔 고장이 나지만...

 

 

2021년 여름에 수리한 압력밥솥이 또 고장이 났다. 토요일 오전에 압력밥솥을 들고 서비스센터에 갔다. 보자기에 싼 압력밥솥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차 별로 친절하지 않는 직원은 무엇이 문제냐고 묻었다. 

 

 

아내와 나는 고장 난 밥솥의 상태를 어설프게 설명했다. 취사 중 김을 내뿜는 기능이 잘 작동하지 않아 밥이 잘 지어지지 않는다고 직원에게 말했다.

 

 

직원은 밥솥을 테스트 장치에 연결해 보더만 12년이 넘은 오래된 단종 제품이라 고장 난 부속품을 구할 수 없다며 수리가 어렵다고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신제품을 사기를 은근히 권했다.

 

 

직원은 매장에 진열된 신형 압력밥솥을 소개해 주었다. 여기에 진열된 제품은 다른 가전제품 판매점에서 살 수 없다며 할인혜택도 있으니 구매할 것을 제안했다.

 

 

아내와 나는 그 자리에서 구매 결정을 하지 못하고 매장을 나왔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교보문고에 들렸다. 교보문고 옆에 가전 판매점이 있었다. 내가 책을 보고 있는 사이 책에 관심 없는 아내는 가전제품 판매점에 갔다. 몇 분이 지나지 않아 아내는 전화로 가전 판매점으로 빨리 오란다. 급히 책 한 권을 사들고 아내가 있는 곳으로 갔다.

 

 

저 멀리 밥솥이 진열된 매장 앞에서 나를 항해 손을 흔드는 아내 모습이 보였다. 아내는 손가락으로 밥솥을 가리키며 어떠나고 내게 묻었다. 직관적으로 아까 서비스센터에서 보았던 제품보다 디자인 질이 떨어졌다. 가벼워 보였다. 서비스센터 압력밥솥이 더 고급스러웠다.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자동차도 내수용과 수출용이 따로 있다. 수출용이 품질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미국 등 수입국에서 자기 나라기준에 맞는 수입제품 체크항목(예를 들어 강판 두께 규격)에 적합해야 수출 허가를 해준다. 이것이 수출용 차량이 내수용보다 더 잘 만들어지는 이유가 아닐까.

 

 

밥솥도 역시 자기 서비스센터에서 파는 상품이 따로 있다는 직원의 말에 일리가 있어 보였다. 이곳 가전 판매점에는 서비스센터에 진열된 동일한 제품이 없었다. 아내는 내 말에 시큰둥했다. 아내는 여기 제품이 서비스센터 제품보다 8만원쯤 가격이 싸서  혹 넘어간 느낌이 들었다. 매일 밥을 지어먹는데 8만원을 더 주더라도 좋은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좋겠다고 아내에게 말했다.

 

 

우리 집에는 밥솥이 하나가 더 있다. 큰아들이 차취할 때 사용하던 3인용 밥솥이다. 새 압력 밥솥을 구입하기 전에 이 작은 밥솥을 사용하면 된다. 급하게 압력밥솥을 살 이유는 없다.

 

 

아직 우리 집에는 건조기, 자동 세척기, 로봇청소기 등이 없다. 그래도 아내는 불평 없이 전선이 연결된 청소기를 이방저방, 주방, 거실로 끌고 다니면서 청소를 한다. 그런 아내가 고맙다.

 

 

지금 자동 세척기, 로봇청소기 등이  있으면 편리하겠지만 없어도 생활에 큰 불편이 없다. 나이 들어 언젠가는 이런 가전제품이 필요할 때가 올 것이다. 그때 가서 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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