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은 없다.
아침은 나 혼자 먹는다. 아내가 아침밥을 먹지 않기 때문이다.
아내가 주말에 만들어 놓은 국과 반찬들을 데워 아침 밥상을 직접 차려 먹는다. 월요일은 냉장고에 반찬 컨테이너로 꽉 차 있어 냉장고 안은 빈 공간이 없다. 그래도 꾸역꾸역 집어넣는다.
하지만 금요일쯤 되면 반찬을 거의 다 먹어 냉장고가 텅텅 빌 정도다. 1주일 분량 국 냄비도 그때쯤 바닥을 드려낸다. 어쩔 때 목요일이나 금요일에 국 없이 밥을 먹는 날도 있다.
내가 진미 채, 콩자반, 오이무침, 감자조림, 소고기 조림 등을 식탁 위에 놓고 혼자 밥을 먹는 사이 아내는 출근 준비를 한다.
아내와 출근 시간을 맞추기 위해 서둘려 밥을 먹고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서지만 언제나 아침 출근 시간이 부족하다. 서두르지만 매일 시간에 쫓낀다..
아내는 나를 굼벵이 취급한다. 가끔 출근준비가 느리다며 듣기 싫은 소리를 늘어놓는다. 그럴 때는 마음이 아프다. 그래도 아무 말 못 한다.. 사실이니까. 나름 서둘러 출근시간에 맞추려고 노력하지만 매 번 아내 뒤를 따라 집을 나선다. 그럼에도 아내는 열심히 출근 준비하는 나의 노력을 인정해 주지 않는다. 억울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핀잔도 자주 들으면 면역력이 생긴다. 출근준비가 늦다고 잔소리와 눈총을 주어도 지금은 무덤덤하다. 아내가 만들어준 아침밥을 맛있게 먹을 것만으로도 아내의 늦장 출근 잔소리는 용서가 된다.
나는 외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내가 해준 음식이 제일 맛이기 때문이다. 30년간 아내 음식에 적응되기도 했지만 그보다 아내의 요리 솜씨가 좋아진 탓이 크다.
신혼 때 아내는 음식 만드는 재주가 없었다. 보통 여학생처럼 학교 다니고 공부했지 음식은 장모님 몫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음식을 해 본 경험이 없었기에 당연히 요리할 수 있는 음식이 없었다. 완전 초보 주방자이였다.(여자만 요리합니까. 남편이 하면 되지, 이해합니다. 하지만 보통 50대 우리는 그렇게 살았고 산다.)
결혼하고 30 연간 시어머님과 함께 음식 만든 경험이 쌓이고 쌓여 지금의 주부 요리사가 된 것이다. 신혼 때 지금처럼 아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은 없다. 점점 나아지는 아내의 요리 실력을 곁에서 보면서 ‘무슨 일이든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라는 만고의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요리도 공부도 일도 그 무엇이든 경험이 축적되면 처음보다 다 잘하게 되어 있다. 어느 분야든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다 하기 다름이다. 이것을 믿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