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이 날개다
내가 식탁에서 글을 쓰는 동안 아내는 거실 바닥에 앉아 청바지를 줄이고 있다. 큰아들이 중학교 때 입었던 청바지의 길이를 자르고 밑단을 바느질로 꿰매고 있다.
저번에는 원피스가 크다고 줄여서 입고 다니더니 이번에는 청바지를 줄여 입고 다닐 모양이다. 손재주가 제법이다.
아내는 퇴근하자마자 내일 입고 출근할 옷을 먼저 챙겨놓은 다음 볼 일을 보고 잠자리에 들 정도로 옷에 관심 많은 여성이다. 매일 다른 옷을 입고 다니는 아내가 신기하다.
옷장에는 아내의 옷으로 가득하다. 내 옷을 별로 없다. 나는 옷 사는데 관심 없다. 그냥 있는 대로 입고 다니는 스타일이다.
내가 특별한 날에(이를 테면 직원 야유회) “마땅히 입고 갈 옷이 없다.”라고 말하면 아내는 짜증 섞인 말투로 옷을 사라고 할 때는 사지 않으면서 그런 말(입고 다닐 옷이 없다.)을 하지도 말라고 핀잔을 준다.
나는 옷을 마지막으로 언제 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금년에 한 번도 옷을 사지 않았다. 하지만 아내는 시시때때로 온라인으로 옷을 구입한다. 주문한 옷이 마음에 안 들어 반품도 자주 한다.
나는 농담 삼아 아내에게 말한다.
"옷 가게 차려도 되겠어"
아내는 되받아 친다
"이것 가지고는 옷 장사하기에 부족해요"
옷이 날개라고 했던가. 아내는 이 말에 충실한 사람이다. 매일 새로운 날개를 달고 출근한다. 아내는 옷을 잘 차려입어야 일도 잘 되고 기분도 좋다고 한다. 이 말에는 공감하지만 옷을 자주 사는 것에는 못마땅하다.
아내는 원피스를 좋아한다. 단정하게 원피스 입고 다니는 아내 모습이 보기 좋다. 옷 차려입고 다니는 센서도 있다. 제멋에 사는데 누가 방해를 하겠는가.
사실 아내의 옷은 보통 브랜드다. 유명브랜드는 없다. 그리고 대체로 세일가격으로 산 이월 상품이다. 그렇다 아내는 옷으로 사치하는 사람은 아니다.
옷을 줄여 입고 세일가로 사기 때문에 옷 값으로 나가는 비용은 크지 않다. 만약 아내가 명품 옷을 사 입고 다녔다면 우리 집은 진작에 파산했을 것이다.
나는 단 한 번도 아내 옷을 사준 적이 없다. 하지만 아내는 항상 내 옷을 사 준다. 내 옷을 사려 갈 때면 우리는 같이 간다. 그리고 옷값은 아내가 지불한다. 내가 옷 사는 것을 싫어하니 아내는 가능한 여러 벌을 사려한다. 반대로 나는 가능한 덜 사려고 애쓴다. 우째 옷 사는데 부부가 이렇게 다를까. 그렇다 아내는 나를 위해서 옷을 자꾸 사주려 한다. 고맙다.
아내는 옷과 핸드백에 관심 많은 평범한 대한민국 여자다. 그러나 옷은 많아도 명품백은 하나도 없다. 저렴한 옷에 허접한 가방을 가지고 다닌다. 아내는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되는 저렴한 날개(원피스)를 달고 명령하게 출근하는 직장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