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풍경
11월 중순, 첫눈이 내린 다음날 새벽에 겨울풍경을 보고 쓴 글이다. 이제야 노트에 써놓은 것을 이곳에 옮겼다. 글을 쓴 날이 토요일 새벽 5쯤이었다.
어둠이 걷히자 건물 옥상, 공원, 놀이터가 하얗다. 밤에 눈이 온 것이다. 11월 중순인데 벌써 거울 날씨다. 실내에 있으니 추위를 못 느낄 뿐 아파트에서 바라본 밖은 추워 보였다.
살 짠 흰 소금이 뿌려진 앙상한 나무, 움직임이 없는 차가운 호수, 흰 눈 덮인 텅 빈 운동장이 추위와 함께하고 있었다. 보고만 있어도 싸늘했다.
3월 이후 보는 거울 풍경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반가웠다. 이제 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오늘 본 겨울 풍경은 내년 이른 봄까지 종종 눈과 함께 우리 곁에 머무를 것이다.
눈 내린 겨울풍경은 마치 새 학기 새로운 친구처럼 다가왔지만 추위가 끝날 내년 3월 무렵이면 꼴두 보기 싫은 친구처럼 관계가 악화될 게 뻔하다. 달리 도리가 없다.
싫든 좋은 앞으로 4개월 동안은 추운 겨울풍경과 함께 지내야 한다. 간혹 눈이 내려 우리 생활에 불편을 주는 겨울 추위를 일시적으로(보온이 잘된 실내로) 피할 수는 있어도 겨울풍경은 안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무더운 여름이 있기에 겨울이 색다르게 다가오듯이 기나긴 추운 겨울 뒤에 맞이하는 봄을 우리는 생명을 잉태하는 계절로,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로, 신록의 계절로 찬양하고 노래한다. 이처럼 봄의 예찬은 다 겨울 덕택이다.
만약 봄만 있고 여름, 겨울이 없다면 이토록 봄을 찬미할 수 있겠는가. 봄을 기다릴 필요도 없고 새순이나 새잎이 싹트는 신비로운 계절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봄과 대비되는 계절이 없기에 우리는 따뜻한 봄날씨를 당연하듯 대할게 뻔하기 때문이다.
계절의 좋고 나쁨이 있을까.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좋은 점도 있고 불편한 점도 있다. 불볕더위가 있기에 눈 내리는 스키장을 그리워지고 춥기에 해변가 백사장에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이다.
그 계절이 가고 사계절이 한 바퀴 돌아 같은 계절이 또 오면 저번 계절에 뭘 했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처음 맞은 계절처럼 느껴진다. 왜 그럴까. 지난번 겨울에 뭣했지? 잊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작년 겨울에 무엇을 했는지 생각이 난다. 그렇게 계절이 바뀌고 세월은 흘려간다. 그리고 계속 우리는 어디로 간다. 그곳이 어딜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