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은 새로운 시작
정년퇴직을 몇 년 앞둔 요즘, 퇴직 후 생활에 대해 생각이 잦다. 퇴직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 그 소리가 몇 배 크게 들린다.
경제적 이유로 현직(現職)의 프리미엄을 과감히 떨쳐 버리지 못한 나 자신과 매일 대면한다. 20대에 시작한 직장생활이 30년을 넘어섰다. 이제 떠날 때가 가까워지고 있다. 나 몸이 퇴직 고민에 실시간으로 반응하고 있다.
한 직장에 너무 오래 머물렀기에 선 듯 떠나기가 쉽지 않다. 본드로 고정된 두 나무막대기처럼 현 직장이라는 강력한 좌석이 나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다. 현직(現職)의 좌석이 어찌나 강력한지 새로운 출발이란 확신의 마음을 바로 돌려놓는다.
퇴직 후 할 일을 계획하고 이것저것 따져보고 무슨 문제는 없는지 들어다 본다. 관계되는 사람들을 만나 자문을 구한다. 이렇듯 계획한 일에 확신을 가지려고 무던히도 애쓰는 내 모습을 매일 맞이한다. 언젠가 반드시 오는 퇴직이기에 생각을 거듭하지만 당장 결정을 못 내리고 자꾸 미루는 내 자신이 얄밉다.
퇴직을 미루는 이유, 현직(現職)에 이대로 안주하는 이유들을 찾으면 찾을수록 숫자는 늘어난다. 지금도 괜찮은데 구태여 떨 날 이유가 없다. 이런 생각이 불쑥불쑥 나타났다 사라진다. 반복의 연속이다.
하지만 떠날 날이 가까워질수록 초초해질 것이다. 한시라도 먼저 떠나는 게 유리하다. 결단을 시기를 늦출수록 불리할 뿐이다. 미지적 거리고 그대로 주저앉는다면 팔순에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스스로에게 물었을 때 이 질문에 자신이 없다.
모든 게 두려움 때문이다. 퇴직 후 계획하고 있는 일의 성공 가능성이 높은데 결단을 못 내리고 미루는 이유는 "잘 못될 수도 있다."라는 두려움이 커서다. 잘 될 거라는 믿음보다 실패의 두려움이 앞서기에 결단을 못 내리고 자꾸 현직(現職)을 떠날 시기를 미루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저런 이유로 현직(現職)을 떠나지 못한다. 하지만 정년이 다가올수록 늦은 결단은 새로운 일의 시작효과를 감소시킬 뿐이다.
철저한 준비도 중요하지만 과감한 결단이 더 요구된디. 자꾸 미루다 가는 영영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아내는 퇴직 연금액이 얼마냐고 묻는다. 아내도 걱정스러운가 보다.
하지만 퇴직은 피할 수 없다. 그리고 제2 인생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므로 퇴직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퇴직은 정해져 있고 계획한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나 자신을 깊숙하게 밀어 넣은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계획의 구체화는 시간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