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소망 사랑

필리핀 유학 1

kddhis 2023. 12. 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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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겨울, 어느 날 아내가  뜬금없이 필리핀으로 유학 가자고 제안을 했다. 그때가 큰아이가 5학년, 작은아이가 2학년을 마치고 겨울방학을 보내고 있었던 시기였다.

 

 

아내는 당시 아이들 학업성적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아내는 학업성적이 시원찮았던 아이들이 영어를 배울 수 있도록 필리핀으로 아이들을 내리고 가고 싶었던 것이다.

 

 

우리 부부는 사내 커플로 같은 직장에 다녔다. 아내는 14년 차, 나는 15년 차의 직장 경력자로서 30대 팔팔한 젊은 나이였다.( 그때가 젊었구나 하는 생각은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깨달았다.)

 

 

당시 나는 직장 생활에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 사무실에서 맡은 일이 지겨웠다. 하루하루 생활이 똑같은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는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다. 정말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맡은 역할을 잘 해내서 직장에서 나름 인정은 받고 있었다.

 

 

아내 역시 중견 경력자로 머리 핑핑 돌아가는 직장인으로 자기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내의 머리 한 곳에 초등학생 남자아이 둘의 학업에 대한 걱정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아내가 아이들 영어공부를 시키기 위해 해외유학을 가자고 나에게 말한 것이다. 아마 아내는 유학 가기로 마음먹고 나에게 통보했을 것이다. 나는 아내의 유학 제안에 반대도 동의도 하지 않았다. 그냥 아내가 하자는 대로 따라갔다.

 

 

그 겨울, 우리는 사무실 근처에 있는 유학알선 학원을 여러 번 들락거리며 유학에 필요한 서류와 비자 등에 대해 자문을 받으려 다녔다.

 

 

결국 우리 부부는 유학 가기로 마음먹고 직장에 유학 휴직신청을 하고 2007년 5월 온 가족이 필리핀으로 공부하려 떠났다. (당시 인사담당자는 나에게 승진해야 하는데 휴직해도 되겠냐고 물었다. 그때 그 말은 내 귀에 들리지 않았다. 무시했다. 그러나 유학을 마치고 복직하고 나서 승진하기까지 고생 엄청했고 결국 이것이 내 인생을 바꾸어 놓았는데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할 참이다.)

 

 

5월 어느 날 새벽, 우리는 필리핀 공항에 도착했다. 먹을 것 입을 것 살림살이를 잔뜩 가지고 갔다. 필리핀 공항 직원은 우리의 수화물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지만 여차저차해서 어렵사리 공항을 빠져나왔다. 공항을 나오니 숨이 막힐 정도로 더웠다. 새벽인데도 불구하고 후덥지근했다.

 

 

우리를  마중 나오신 현지 목사님의 사모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사모님을 따라 우리가 타고 갈 승합차가 있은 곳으로  갔다. 사모님은 마닐라에서 볼 일이 있으셨는지 우리와 동행하지 않았다. 우리는 승합차를 타고 수도 마닐라를 떠나 필리핀 지방교육도시로 출발했다. 2년 학년 동안 필리핀 생활이 이렇게 시작되었다. 벌써 16년 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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