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유학 4
우리가 다니던 SMU대학교에 2명의 한국인 학부생이 있었다. 그중 한 학생은 필리핀 여자 친구가 있었는데 여자 친구의 이름은 faith(믿음)다. 우리는 그 남학생을 통해 여학생 faith를 알게 되었다.
faith는 이름처럼 신뢰가 가는 참한 여대생이었다. 그런 좋은 느낌으로 아내와 가깝게 지냈다. faith는 가끔 자전거를 타고 우리 집에 오곤 했다.
faith의 아버지는 현지 교회 목사였고 faith에게 삼촌이 있었다. faith를 통해 삼촌(이름은 올란도)을 소개받았다. 올란도도 SMU대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검은 피부에 등치가 큰 순진한 남학생이었다. 올란도의 나이는 모르지만 대학생치곤 나이가 좀 들어 보였다. 아마 뒤늦게 대학에 들어간 것 같았다.
올란도는 몇 달 동안 나의 영어 과외 선생님이었다. 수업은 하루 2시간씩 우리 집 1층 식탁에서 영어로 대화(프리 토킹)를 했다. 나중에 이 친구는 졸업 후 고등학교 교사가 되었다고 들었다.
바욤봉에서 생활한지 4개월쯤 지날 무렵,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 여기 지방보다 수도 마닐라가 낫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우리는 마닐라로 이사 가기로 마음먹었다.
마닐라로 이사해야 하는데 마닐라에 대해 우리는 아는 게 없었다. 이때 도움을 준 사람이 바로 faith이었다. 어느 날, 아내는 faith 와 함께 마닐라에 가서 거주할 임대 주택을 알아보았다. 필리핀에 대해 정보가 없었던 우리에게 faith는 든든한 힘이 되었다.
아침 일찍 faith와 함께 마닐라로 떠난 아내는 거실과 방 2개가 있는 콘도미니엄을 임대계약을 하고 저녁 늦게 바욤봉 집에 도착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우리는 3월 어느 날 이른 아침, 마닐라에 아시는 필리핀 선교사의 봉고차에 짐을 가득 싣고 봉고차에 우리가 탈 자리가 없어 우리는 버스를 타고 마닐라로 떠났다.
우리는 오후 3시나 4시경에 마닐라 콘도(주상복합 건물)에 도착했다. 이삿짐은 우리가 도착하기 전에 벌써 필리핀 선교사가 콘도에 옮겨 놓았다. 그렇게 필리핀 마닐라에서 생활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