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소망 사랑

필리핀 유학 6

kddhis 2023. 12. 10.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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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지방도시에서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서 관심의 대상이었다. 필리핀 학생들은 자기네들보다 흰 피부와 다른 생김새를 가진 외국인(우리 아이)의 모습에 호감을 보였다. 운동장에서 친구들이 우리 아이를 가운데 놓고 빙 둘러 서서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 구경하듯 우리 아이를 쳐다보곤 했다.

 

 

어딜 가든 말썽꾸러기 학생은 꼭 있다. 순한 큰아들은 반에서 장난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동급생보다 나이가 많은 같은 반 학생이 우리 아이를 괴롭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마 책과 노트, 연필을 빼앗거나 감추는 등 초등학교 수준의 장난을 쳤을 것으로 추측할 뿐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내에게 물어봐도 모른다고 한다. 같은 반에 덩치 큰 학생이 우리 아들을 괴롭혔다는 기억만 있다.  

 

 

필리핀은 열대야 기후다. 뜨거운 날씨를 보이다가 갑자기 폭우를 쏟는다. 그러면 골목이나 도로가 물에 잠긴다. 거의 매일 비가 온다고 해도 과장은 아니다. 

 

 

아침과 하교 후  하루에 두 번씩 아이들을 씻겨 주었다. 코딱지 만한 주방 옆 화장실 겸 세면장에서 아내가 아이들을 씻겨 거실로 내보내면 내가 대기하고 있다가 수건으로 아이들의 몸을 닦아주고 옷을 입혔다. 

 

 

아이들은 학교와 과외 빼고는 집에서 지냈다. 딱히 집에서는 놀이 거리가 없었다. 그래서 한국에서 가져온 그리스로마신화, 어린 왕자, 미녀와 야수, 셜록홈스 등 영어로 쓰인 초등학생용 세계명작을 읽고 지냈다. 나도 시간 날 때마다 이 책들을 읽었다.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Great Expectations)이란 소설책을 이때 처음 읽었다.

 

 

우리는 선풍기 두대를 틀어 놓고 플라스틱 책상과 행사용 흰 의자에 앉아 학교숙제 등 공부를 함께 하며 시간을 보냈다. 우리 가족 모두는 학생 신분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중에 내가 영어 듣기 말하기 실력이 제일 뒤쳐저 있었다. 그래서 영어CD도 듣고 과외선생님과 프리 토킹도 하고 혼자서 영어단어 숙어도 외우는 등 영어공부를 열실히 했다. 하지만 노력한 만큼 금방 영어실력이 늘지 않았다. 참 속상했다.

 

 

비 오는 어느 날 아침, 아들과 함께  트라이시클을 타고 학교에 가는데 트라이시클 기사가 말했다,

"더 로드 비컴 리버 (The road become rlver) "

나는 되물었다

"What "

나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는데 아들은 금방 알아듣고  "길이 강이 되었다."라고 해석해 주었다.

 

 

아이들이 다닌 메소디스트 스쿨에서 둘째 아들과 거닐고 있는데 어떤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은 물었다.

" What grade are you in?"

나는 되물었다.

"What "

옆에 있는 둘째 아들이 알아듣고 말했다.

" third grade"

 

 

한 번은 빵을 사기 위해 베이커리 가게에 둘째 아들과 함께 갔다. 손님들 사이에 섞여 줄을 서서 기다렸다.

우리 차례가 되어 내가 빵을 계산 테이블 위에 올려놓자 바로 점원이 물었다.

"테이크 아웃(Takeout ?)"

나는 되물었다

"What "

옆에 있던 둘째는 창피했는지 인상 쓰며 내 옆구리를 밀며 가자고 했다.

나는 점원이 너무 빠르게 "테이크아웃"이란 말을 해서 알아듣지 못했던 것이다. 알아듣지 못해 나는 속상했다.

 

 

나는 무슨 뜻인지 모르면 저절로  "What"이라고 되묻는 잘못된 습관이 있었다. 이렇게 내 영어 실력은 초등학생 3학년보다 못했다.

 

 

마닐라로 이사 온 이후 우리 생활도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그중 하나가 영화를 보러 다녔다. 마닐라 스타케이트 쇼핑몰에  영화관이었다. 이 쇼핑몰에서 식료품 등 생활용품도 사고 영화 관람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아내와 나는 한글 번역 자막이 없어서 배우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영어 귀가 트여 잘 알아 들었다.

 

 

아내와 내가 아무리 많은 어휘와 문법을 알고 영어 문장을 읽을 수 있어도 영어 듣기에서는 아이들을 따라갈 수 없었다.

 

 

언어 전문가에 따르면 외국어는 보통 12세가 넘어가면 모국어처럼 외국어를  배울 수 없다고 한다. 12세 이상이 되면 귀가 화석화되기 때문에 새로운 언어를 받아들이는 뇌 부분이 닫힌다고 한다. 그러니 외국어를 모국어처럼 배우려면 12세 이전에 배워야 한다.

 

 

당시 첫째 11세, 둘째가 9살이었는데 자연스럽게 영어 듣기 말하기 그리고 영어 책을 읽는데 문제가 없었다. 문법도 제대로 모르고 어휘력이 부족했음에도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영어를 모국어처럼 자연스럽게 습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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