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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유학 7

kddhis 2023. 12. 11.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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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나는 필리핀 SMU(Saint Mary’s University)에서 행정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었다. 우리 부부는 나란히 앉아 수업을 들었다. 주중에 수업도 있었지만 같은 반 필리핀 대학원생들이 대부분 직장을 다녀서 토요일에 수업이 몰려 있었다. 학비 부족으로 휴학하는 학생이 많아서 매 학기마다 학생들이 바뀌어서 그들과 깊이 사귀지는 못했다. 사실 아이들을 돌보고 우리 공부하느라 필리핀 학생들과 교류할 여유가 없었다.

 

 

마닐라로 이사 온 이후 우리 부부는  아이들을 집에 두고 금요일에 시외버스를 타고 수업을 받으려 마닐라를 떠나 바욤봉으로 갔다. 금요일에 바욤봉에 있는 호텔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토요일까지 수업을 듣고 다시 마닐라로 돌아왔다.

 

 

마닐라에서 바욤봉까지 버스로 5시간 넘게 걸린다. 도로가 막힐 때면 7시간 넘게 걸린 때도 종종 있었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2008년 당시 마닐라와 바욤봉 연결 도로는 왕복 2차선이어서 한 번 도로가 정체되면 버스 운행시간이 길어졌다. 7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오면 발이 통통 불었다. 조금 과장해 말하자면 발이 두 배로 커졌다.

 

 

이처럼 우리 부부는 2008년부터2008 대학원 수업을 듣기 위해 마닐라와 바욤봉을 오갔다. 때때로 수업대신 리포트로 대신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럴 땐 교수님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지금 7시간 버스 타고 학교 다니라고 하면 나는 절대 못한다. 그때 우리 부부가30대여서 그래도 젊어서 가능했다. 특히 아이들의 영어교육이 중요해서 그런 힘든 생활을 감내했던 것이다. 말하자면 겨우겨우 아내와 나는 대학원 석사 코스를 이수하고 있었다.

 

 

한 번은 토요일에 여교수님의 야외 수업이 있었다. 우리의 어려운 사정(어린 두 자녀 영어 교육시키기 위해 필리핀에 왔고 마닐라에서 등교하는 부부 대학원생)을 잘 이해해 준 너그러운 교수님 이셨다. 안타깝게도 그 교수님의 이름을 잊어버렸다.

 

 

우리가 방문한 곳은 필리핀 상원의원의 돼지 농장이었다. 넓은 들판과 목초가 있는 농장이었다. 풀밭 길을 따라 한참 지나서야 농장 한가운데에 그림 같은 농장소유 주택이 보였다. 집은 태풍이 불어도 영향을 받지 않을 구릉진 낮은 장소에 위치해 있었다. 필리핀은 태풍이 잣은 나라다. 이 때문에 태풍을 피하기 위해서 바람의 영향을 덜 받는 곳에 집을 지었을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농장은 지렁이 공법으로 토양을 개량하여 돼지를 기르고 있다고 교수님이 설명해 주었다. 상원의원인 농장 주인은 우리를 안내하면서 무엇을 열심히 이야기해 주었지만 별생각 없이 들어서인지 여기저기 만들어 놓은 돼지우리를 따라 여러 품종의 크고 작은 돼지를 본 기억뿐이다. (15년 전일이라 그 목장주인이 무엇을 말했는지 기억해 내기가 쉽지 않다.)

 

 

돼지 농장 견학을 마치고 우리는 함께 온 반 학생들과 큰 나무 그늘 밑에서 흩어 저 각자 가져온 도시락을 먹었다.

 

 

집에 초딩 아이들을 남겨 둘 수 없어 온 가족이 함께 돼지농장에 왔다. 비바람 없는 좋은 날씨 덕에 야외에서 소풍 온 기본으로 하루를 보냈다. 사실 우리는 필리핀 지방도시 바욤봉에서 특별한 날 빼고는 집에 머물러 지냈다. 일요일에 솔라노 한인교회에 가고, 식료품 등 생활용품을 사러 마트에 가는 것 말고는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필리핀은 치안이 불안한 나라다. 각 상점마다 총으로 무장한 경비원이 지키고 서 있다. 그래서 밤에는 밖에 나가지 않았다. 간혹 쇼핑 갔다 해질 무렵에 집으로 돌아오는 날에는 좀 무서웠다.

 

 

지방교육도시 바욤봉은 집 근처 공처에서 해질 무렵부터 야시장(나이트 마켓)이 열렸다. 이곳에서 바나나, 생선, 닭고기, 야자수 등 먹거리를 사 왔다..

 

 

지금 구글 지도에서 보면 야시장 공터에 건물이 들어선 것이 보였다. 그 공터가 국유지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 말이 맞다면 아마 관공서 건물일 확률이 높다. 아니면 정부가 토지를 매각해서 민간인이 건물을 지었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곳에 건물이 들어섰다는 것이다. 필리핀은 발전 속도가 무척 느린 나라다. 그런데 지방도시 공터에 새 건물이 지어진 것은 바욤봉이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나이트 마켓에서 사 먹은 바나나는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바나나가 아니었다. 이곳에서 사 먹은 바나나는 아주 작고 못생겼다. 그래도 작고 볼 품 없었지만 맛있게 먹었다. 아마 한국에서 사 먹는 반듯하고 큰 바나나는 수출용일 것이다.

 

 

마닐라에는 SM몰이 여럿 있다. SM몰은 우리나라로 치면 이마트같은 대형마트이다. SM몰에도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필리핀산 바나나는 없다. 우리나라에서 사 먹는 필리핀 바나나는 수출용인 게 분명하다.

 

 

한국 사람은 끼니때 마다 주로 먹는 음식이 밥과 김치다. 외국에 살아도 다르지 않다. 그렇치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같이 나이 든 사람은 밥과 김치를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론 가끔 햄버거와 피자 그 나라 음식을 먹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우리의 주식은 밥에 김치다. 특히 나이 드신 분은 더 그렇다.

 

 

아내와 나는 트라이시클로 20분 정도 걸리는 어느 상업지역에서 정기적으로 쌀과 배추를 사 왔다. 아내는 그때까지 김치를 능수능란하게 담글 줄 모르는 초보 주부였다. 그래서 장모님과 스카이프 영상통화를 하면서 김치 담그는 방법을 장모님께 물어보면서 주기적으로 맛 깔 나는 배추김치를 담았다.

 

 

세계 어디서나 배추와 고춧가루, 당근, 소금 등을 구입할 수 있다면 김치를 담그는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김치 담그는 레시피를 알려주는 유튜버를 따라 하면 된다.

 

 

세계 곳곳에 꼭 대한민국 사람이 살고 있다. 그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아 배추와 김장에 들어가는 양념류를 구입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현지에서 양념 등을 구할 수 없다면 한국에서 택배로 송부받으면 된다.

 

 

그때 당시 우리는 필리핀에서 배추는 로컬시장에서 사고 양념류는 한국에서 택배 받아 김치를 담아 먹고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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