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능력을 믿어라.

오늘 저녁,  2016년도 바이오헬스케어협회 송년회에서 "00광역시 바이오의약 마스터플랜' 발표가 있다. 발표자는 김 부장이다. 실무자인 나는 PPT발표자료, 진행 시나리오 등을 작성하여 며칠 전에 김 부장에게 전달했다.

  

바이오헬스케어협회 송년회에는 시도지사, 국회의원, 바이오 기업대표, 바이오 전문가, 교수, 박사. 신문기자 등 200여 명이 참석하는 중량감 있는 행사이다. 지역에서 권위 있는 송년회인 만큼 발표자 역시  중량급 간부가 맡는 게 통상적이다. 그래서 우리 김 부장이 발표를 맡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점심시간이 지나 개인사정으로 김부장이 오늘 행사에 참석 못한다는 슬픈 소식을 전달받았다. 설상가상으로 팀장도 국외출장 중이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마스터 프랜을 기획한 내가  발표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하도 어이가 없어 걱정도 되지 않았다. 동료 여직원은 내가 안쓰러웠는지 "강 선생님, 발표 연습하세요."라고 위로 섞인 걱정을 한다. 안 됐다는 눈빛이다. 여직원의 권유대로 구석에 있는 창고에서 내가 쓴 발표 시나리오를 읽다가 중간에 그만두었다. 집중이 되지 않았다. 내가 직접 쓴 시나리오이기에 새로운 것도 없고 감흥도 나지 않았다.

 

송년회 시작 1시간 전에 행사장으로 예약한 호텔에 도착했다. 행사 시작 시간이 다가오자 하나둘씩 참석자들이 행사장으로 들어왔다.  어느새 행사장은 초청자들로 가득 메꾸어졌다. 권위 있는 행사라 그런지 행사장 분위기는 엄숙했다.

 

행사는 VIP소개 및 인사말, 코스피. 코스닥 신규상장 기업 소개, 바이오의약 마스터플랜 발표, 질의응답 그리고 만찬 순으로 진행된다.  발표순서가 나가왔다. 사회자의 소개를 맡고 단상으로 올라가  PPT를 띠우고 미리 준비해 온 시나리오를 읽어가면 발표를 했다. 그런데 내가 들어도 내 설명이 엉성하고 딱딱하고 부자연스러웠다. 영 어색했다. PPT 2장을 넘기기 전에 이렇게 발표하면 안 되겠다 싶어 " 제가 준비해 온 설명자료를  읽으며 발표했는데 자연스럽지 못해 제가 아는 대로 설명드리겠습니다."라고 청중에게 양해를 구하고  발표를 이어갔다. 무탈 없이 발표를 끝내고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으며 내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잘했다. 수고했다."라는 동료들의 인사말을 들이니 그때야 안도가 되었다.

 

발표가 끝나자마자 고위직 임원은 유선 마이크를 잡고 신이 났는지 본 플랜에 대해 보충설명을 하면서 나를 치켜세웠다. "방금 발표한 직원은 올 7월에 바이오의약 부서로 온  직원인데 3개월 만에 본 플랜을 기획한 유능한 직원이다."라며 칭찬이 바르지 않을 정도로 나를 치켜세운다. 나중에 들은 이야긴데  이 임원은 행사장으로 오는 길에 무척 걱정을 했다고 한다. 이렇게 큰 행사에 부서장도 팀장도 없는 상황에서 실무자 혼자 행사 준비부터 발표까지 도맡다 하는 게 무척 걱정스러워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내 발표를 듣고 만족했는지 나를 능력 있는 직원으로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신문 기자까지 나를 인터뷰했다.

 

나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할 기회가 없었다. 대중 앞에서 발표하는 나를 상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오늘 행사에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연스럽게 발표를 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값진 경험을 한 것이다. 특히 청중이 호응하는 발표를 했다는 것이 내 자부심과 자신감을  한층 끌어올려 주었다..

 

그 이후 이 임원은 간부회의 때마다 내 이야기를 하고 다녔다.  강 대리는 00 광역시 바이오의약 기본계획을 용역사에 맡기지 않고 직접 기획수립하였고  바이오헬스케어협회라는 전문가 단체가 주관하는 송년회에서 마스터플랜 발표까지 잘했다며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다. 이분 덕에 나는 사무실에서 능력 있는 직원으로 인정받았다. 주변에서 나를 시기하는 직원까지 생길 정도로 칭찬이 자자했다.

 

닥치면 하게 되어있다. 단 안 할 뿐이다. 우리는 다 능력이 있다. 다만 하지 않을 뿐이다. 하지만 닥치면 하는 수동적인 자세를 버려야 한다. 할 수 있다는 능동적인 태도를 갖는다면 더 잘할 수 있고 성장하는 기회도 더 가질 수 있다. 우리는 외부에 영향에 따라 너무 수동적으로 직장생활을 한다. 수동적으로 인생을 살아간다. 외부의 영향 없이 스스로 선택하는 능동적인 생활을 한다면 더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다. 자신의 능력을 믿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