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유학 10
필리핀에서 가끔 외식도 했지만 필리핀 음식이 우리 입맛에 맞지 않아 집에서 밥을 해 먹었다. 다행히 아내가 나름 음식을 만드는 솜씨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국에서 즉석 카레를 많이 가져와 카레 밥을 자주 해 먹었다. 라면도 끓여 먹고 닭고기, 돼지고기를 사서 볶아 먹기도 하고 국도 끓여 먹었다. 쌀은 한 달에 한번 정도 시장에서 20이나 30킬로 한 부대를 사 왔다. 사실 음식을 해 먹는 건 한국이나 필리핀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에서 매주 한 번씩 마트에서 식재료, 과일 등을 사듯이 필리핀에서도 매주 마트에서 장을 봤다. 갑자기 사야 할 물건이 생기면 야시장(나이트 마켓)이나 동네 마트에서 구입했다.
한국에서 한 달에 한두 번씩 택배가 왔다. 신라면, 카레,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 등을 장인어른께서 보내 주셨다. 한 번은 직장 동료가 라면이 가득 담은 택배를 보냈다. 해외에서 받은 라면 박스는 특별했다. 죽을 때까지 그 라면 택배를 잊지 못할 것이다.
지방교육도시 바욤봉 메소디스트 스쿨에 다닐 때 점심시간에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와 밥을 먹히고 다시 학교로 바래다주었다. 하지만 마닐라 마리아몬테소리 스쿨에 다닐 때는 아이들은 도시락을 가지고 다녔다. 그때 도시락 반찬을 만든 아내가 힘들었을 것이다. 도시락 반찬 재료를 구하기가 마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학교 매점에서 군것질 거리를 사 먹으라고 용돈을 주었다. 그렇지만 넉넉하게 주지는 못했다. 아내는 돈 쓰는데 인색한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그 당시 아내는 돈이 부족했는지 빠듯하게 돈을 썼다.
아내와 나는 유학 휴직을 함께 했기에 직장에서 기본 급여만 나왔다.(우리 부부는 같은 직장에 다녔다.), 아내와 나는 직장 경력이 비슷해 각 80만원 정도를 급여를 받았다. 여기에 아파트 월세로 50만원을 합치면 월 총수입은 210만원 정도였다.
이 수입으로 우리 4 식구는 필리핀에서 사립학교에 다녔다. 210만원으로 4명의 수업료를 내고 생활비와 과외비 등을 쓰는데 넉넉한 자금은 아니었다. 그래서 아내가 지출관리를 철저히 한 것으로 기억된다. 아내와 30평생 살면서 그때처럼 짜게 돈을 쓴 적은 없었다.
해외 생활하려면 자금이 넉넉해야 한다. 그래야 여행도 다니고 먹고 싶은 것도 실컷 사 먹을 수 있다. 우리처럼 어중간한 자금으로는 빠듯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우리 가족은 SM몰, 스타케이트, 졸리비(Jolibee : 필리핀 로컬 패스트푸드점 ) 등에서 쇼핑을 하면서 영화도 보고 치킨, 피자, 빵, 햄버거 등을 사 먹고 다니면서 낯선 해외생활을 잘 적응하고 살았다.
돌이켜보면 우리 식구 4명이 모두 학생 신분으로 필리핀에서 우리만의 특별한 추억을 그렇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