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벌이 부부
아내는 코로나 양성판정을 받고 5일 쉰 다음 지난주 수요일에 직장에 나갔다. 그런데 수요일, 목요일 이틀간 출근하더구먼 코로나 후유증으로 다시 금요일에 아파서 출근하지 못하고 어제 일요일까지 집에서 쉬었다.
오늘 월요일 아침, 아내는 청바지를 입고 출근했다. 보통 아내는 원피스 같은 정장을 입고 사무실을 나가는데 만사가 귀찮았던지 오늘은 옷차림이 심플했다.
나는 아내가 아픈 몸으로 사무실에서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전화 한 통, 문자 한 줄도 보내지 못했다. 아내는 이런 남편을 무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핑계를 대자면 내 앞가림하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사실 아내는 이런 나의 행동에 무심한 편이다. 어떤 면에서는 이런 아내 성격 때문에 내가 편하다.
만약 아내가 자가기 아픈데 안부 전화도 안 했냐고 따진다면 나는 할 말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아내는 이런 것에 무감각한 편이기 때문이다.
아내는 퇴근하는 길에 나를 태워 집으로 함께 왔다. 오는 차 안에서 본 아내의 옆모습은 치쳐 보였다. 집에 와서도 연속 콜록콜록거린다. 머리스타일도 망가졌고 머리카락도 힘이 없다. 아마 아침에 머리 손질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아내는 피로를 풀기 위해 바로 욕조에 몸을 담가 지친 육체를 씻어보지만 여전히 기침을 한다. 이제 그만 기침이 뚝 멈췄으면 좋겠다.
아내가 아프니 나까지 힘이 없다. 얼른 글쓰기를 마치고 아내를 재워야겠다. 그래야 아내가 내일은 오늘보다 나은 몸상태로 사무실에 갈 수 있지 않겠는가.
우리 집안 생계의 절반을 책임지고 있는 아내가 아프면 안 된다. 아내가 아파서 직장을 못 가면 우리 집 수입이 반토막이 나기 때문이다(물론 하루이틀 출근하지 않는다고 직장을 그만두는 것은 아니다.). 맞벌이 부부로 30년을 살아왔는데 내가 이런 생각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맞벌이하는 가정에서 집안 수입의 일정 부분을 책임지는 배우자를 존중하며 사이좋게 지내자. 결혼기념일이 나가오는 12월 25일인데 나는 이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