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는 산산이 부서 질 수 있다
의지를 가지고 뭔가를 꾸준히 하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다. 매일 독서와 글쓰기가 내 의무가 된 지 오래지만 가끔은 건너뛰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가 있다. 어제와 오늘이 그렇다.
정신노동은 육체노동만큼이나 힘들 때가 있다. 글쓰기 하느니 차라리 방청소나 재활용 분리수거를 하는 게 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절대적으로 어느 한쪽이 편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저녁 늦게 집에 와서 모니터 앞에 앉아 글을 쓰려는데 방해꾼이 나타났다. 아내는 집정리를 한다면서 내 주변을 왔다 갔다 하면서 내신경을 건드린다.
글을 쓰려는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아내가 밉다. 글쓰기는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다. 집중력이 떨어지면 문장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걸 아는지 모르는지 아내는 글쓰기 작업을 방해하고 있다.
문장에 어울리는 낱말을 생각해 내 배열하는 작업이 글쓰기다. 글쓰기는 곧 문장을 만드는 작업이다. 어떨 때는 문장에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마치 가슴에 음식이 걸린 것처럼 답답하다.
글의 흐름이 막히면 글쓰기 진도가 나가지 못하고 시간만 흘려보낸다. 적합한 문장이나 글의 흐름이 생각나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만 같다. 머리를 쥐어짜야 한다. 나도 모르게 손이 머리로 올라가 앞머리를 뒤로 젖힌다. 그만큼 글쓰기는 집중력을 필요하는 작업이다. 그런데 아내는 내 집중력을 빼앗아 가니 아내가 미울 수밖에 없다.
외부조건이나 환경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을 방해받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럴 때가 제일 난감하다. 오늘 아내의 행동이 그렇다. 집 정리하면서 내 주변을 왔다 갔다 하면서 나보고 뭔가를 지시하는데 나는 그 말이 소음으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이 글을 다 쓰고 물어보아야 할 참이다.
글이 되든 안 되는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써야 한다. 그래야 <글을 매일 쓴다>라는 나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다. 글의 질보다 중요한 것은 오늘도 한 편의 글을 썼다는 것이다.
외부의 영향으로 의지가 산산이 부서지도록 놓아둬서는 안 된다. 누가 뭐래도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후회해 봤자 자신만 바보다. 나중에 아무리 핑계를 대고 변명을 하여도 아무 소용없다. 결과는 누구의 책임도 아닌 자기 자신의 책임이다.
이제 아내 곁으로 가야 한 시간이다. 아내가 아까 나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물어봐야 한다. 안 그러면 집안의 평화가 깨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