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소망 사랑

생노병사

kddhis 2024. 1. 7.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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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눈이 내렸다. 공원이나 도로변 화단에는 눈이 있는데 도로에는 눈이 쌓이지 않았다. 아마 차량통행으로 눈이 녹았을 것이다.

 

 

서둘러 집을 나섰다. 오늘은 어머님을 뵙는 날이다. 어제저녁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붕어빵과 우유를 사러 집 근처 농협마트에 갔는데 영업시간이 지났는지 마트 문이 답혀 물건을 사지 못했다. 

 

 

오늘 어머님 뵙려 가는 길에 마트에 들러 붕어빵과 우유를 쌌다. 어머님과 이야기하면서 먹을 사과도 함께 샀다. 집에서 사과 1개를 가져왔는데 혹시나 부족할 수도 있어서 한 봉지를 구입했다.

 

 

약속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악세레타를 힘껏 밝아 가능한 과속위반을 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최대한 차를 빨리 몰았다. 다행히 약속시간에 맞춰 요양원에 도착했다.

 

 

요양보호사는 어머님이 타신 휠체어를 밀고 면회실로 들어오셨다. 어머님께 목례를 하고 요양보호사님께 감사인사들 드린 다음 어머님과 마주했다.

 

 

머리를 단정하게 빗으셨는데 얼굴빛은 어두워 보였다. 나는 걱정스러워 어머님께 물었다.

"어디 아파요?"

어머님은 괜찮다고 하셨다. 우울한 어머님의 표정은 내 마음을 대신하는 듯했다. 나도 오늘 기운이 없다. 어제저녁 아내와 말다툼을 했기 때문이다.

 

 

아내가 어제저녁 어머님 면회를 가지 않겠다고 해서 내가 아내에게 싫은 소리 했던 게 화근이 되어 말다툼까지 번져버렸다. 누가 옳고 그름을 떠나 서로 의견이 다르니 싸움이 된 것이다. 한쪽이 자신의 주장을 양보하지 않으면 싸움은 끝이 없고 평화는 깨지고 고통이다. 그래서 내가 오늘 우울하다.

 

 

어쨌든 오늘 혼자 요양원에 어머님 면회를 왔다. 새로 구입한 휴대폰을 드리며 휴대폰 사용 설명을 해드렸다.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전화 거는 방법과 받는 방법을 시연시켜 드렸다. 그래도 걱정이 된다. 어머님이 새 휴대폰에 익숙해져야 전화를 걸고 받을 수 있을 텐데.

 

 

사과를 깎아 드렸는데 몇 조각을 드시더만 차갑다고 더 이상 먹으려 하지 않으신다. 그래서 음료수와 초코파이를 드렸다. 초고파이 부스러기를 흘리시면서 잘 잡수셨다. 달짝지근한 초코파이가 맛이 있었던 모양이다.

 

 

어머님은 올해 85세이다. 어머님은  2019년 가을, 인공관절 수술 후 거동을 못하신다. 걷지 못해 휠체어에 의지해서 이동하신다. 또한 어머님은 대소변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신다. 어머님의 병환이 최악이다.

 

 

옆에서 지켜보는 가족은 어머님의 5년째 병원생활에 서서히 지쳐가고 있다. 아내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어제저녁 아내와 말다툼의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어머님은 치매에 거동을 못하시니 누가 어머님을 옆에서 도와주어야 살아갈 수 있다. 그래서 집에 못 있으시고 이곳 요양원에 계신다. 이제는 이런 병환으로는 어머님을 집으로 모실 엄두를 못 낸다.

 

 

가끔 해질 무렵, 어머님은 집에 가겠다고 옷 보따리를 챙기신다고 요양원에서 연락이 온다. 어머님은 불현듯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드신 모양이다. 그러나 다음날이 되면 어머님 자신의 처지를 아는 것인지 집에 가겠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세월이 많이 흘려갔다. 어머님 나이 85세다. 옆에서 아프신 어머님을 지켜보는 자식은 마음이 아프다. 늙어 병들고 거동 못하는 어머님을 뵐 때마다 인생무상을 느낀다. 나도 어머님처럼 늙으면 아프고 거동 못하고 병원신세 지다가 죽음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100세 시대라고 마냥 축복만은 아니다. 100세 시대가 축복이 되려면 건강이란 전제조건이 있어야 한다. 휠체어에 앉아 계신 어머님을 보면 그 생각이 더욱 든다. 

 

 

환자의 병원생활이 길어질수록 가족에게 짐이다. 엄연힌 사실이다. 늙어서 아프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되는가. 늙으면 병들고 죽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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