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떠나면 개고생
아들은 무사히 집에 도착해서 의자에 앉아 생각해 보니, 스위스에서 집까지 이동한 시간이 마치 꿈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이런 느낌이 들었던 이유는 갑자기 여행계획을 변경하여 서둘러 혼자 귀국한 탓이기도 하고 또 긴장이 풀려서 일수도 있고 특히 25시간 장거리 비행에 따른 피로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인간도 마치 입양 간 애완견처럼 낯선 곳에 불안을 느끼는 어쩔 수 없는 감정동물이다. 우리는 새로운 환경에 불편해하고 심하면 신경이 예민해져 긴장하게 된다. 인간이면 누구나 겪는 감정이다. 스위스에서 이스탄불을 경유해 귀국한 25시간은 아들에게 불편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아들을 멍멍이에 비유해서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세계적인 소설가 <스티븐 킹>의 말처럼 글의 생명은 솔직함이란 믿음 때문에 나는 진실하게 글을 쓰려고 애쓰는 중이다. 아드님이 이해줄 거라 믿는다.)
아시겠지만 스위스 등 서유럽 물가는 높다. 한마디로 생필품 가격이 비싸다. 스위스 여행지에서 신라면(컵라면)을 2만 원에 사 먹었다는 글을 여행자 블로그에서 본 적이 있다.
스위스에 가면 여행자들은 대개 알프스(융프라우) 산에 간다. 아들 일행도 등반을 했다고 한다. 근데 그곳에 한국사람만 가득했다고 하네요. 스키장에도 한국 관광객이 많았다고 한다. 지구 반 바퀴 돌아 물가가 높은 스위스에 온 한국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놀랬다.
물가가 장난이 아닌 스위스에 놀러 온 한국사람이 많다는 것은 대한민국이 잘 사는 국가라는 확실한 증거라 하겠다. 단국이래 지금처럼 태평성대를 누린 시절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자부심을 가져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 만만세다.
15일간 유럽여행에서 돌아온 아들의 몰골은 장난이 아니었다. 얼굴이 많이 상했다. 학생신분이기에 아들 일행은 여행 중 식사는 대부분 한국에서 가져간 컵라면과 햇반을 먹었다고 한다.(3끼 사 먹은 것 빼고) 먹는 것도 시원찮은 데다가 짧은 기간에 이동거리가 만만치 않아 여행으로 육체가 힘들었던 것이다. 겨우 보름 만에 얼굴 살이 빠져 홀쭉해 보였다.
아들 얼굴을 보니 시간과 돈 드려 다이어트할 필요가 없겠구나는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빡시게 여행하면 뱃살이 빠지고 광대뼈를 돌출시킬 수 있다. 한 번 험한 여행을 해 보시라. 바비인형처럼 얼굴이 가름해지고 허리가 쑥 들어가는 외모를 가질 수도 있지 않을까.
아들이 피자 한 판을 시켜 허겁지겁 먹는 모습은 우스워 보였다. 빨간 소스가 발라진 피지를 먹는 아들을 보며 집 떠나면 개고생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여행이 힘들어도 인간은 어디론 가 떠나고 싶은 본능을 가지고 있다. 수렵 채집 생활을 오래 한 우리 조상이 가지고 있는 행동양식이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다는 증거라 하겠다.
비롯 집 떠나면 고생이지만 여행으로 얻은 게 있다면 여행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인간 행위라 하겠다. 단 여행에는 분명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 랜드마크 찍고 오는 그런 여행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관광일 뿐이다.(물론 어르신들은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젊은 사람이라면 고생스럽더라도 여행에서 깨닫고 느낀 바가 있어야 진정한 여행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