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소망 사랑

길바닥에 떨어진 지폐 한 장의 진실

kddhis 2024. 1. 19.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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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국민등학교 3학년이나 4학년에 다녔던 1970대 어느 날, 학교 가면서 일어난 불편한 사건이 하나 있었다.

 

 

우리 집은 산골에 있었기에 학교에 가려면 꼬불꼬불한 시골길을 따라 걷다가 개울을 건너고 들판을 지나 그러고도 한참을 걸어서야 비로소 국민학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집에서 학교까지 거리는 대략 4킬로미터로 어린 국민학생의 걸음으로 1시간이 넘게 걸렸다.

 

 

어느 날 아침, 동생과 나는 서둘러 등교 길에 나섰다. 한참을 걸어가다가 철도건널목 앞 길바닥에서 떨어진 파란 1천원짜리 지폐 한 장을 발견했다.
 

 

분명 학교에서 돈을 주으면 주인에게 돌려주라고 배웠을 텐데. 나는 그렇게 하지 않은 바른 학생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횡재했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돈이 생긴 나는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동생을 학교 앞 문방구로 불러 평소에 먹고 싶었던 고무과자 등 여러 군것질 거리를 실컷 사 먹었다. 쫀득쫀득한 고무과자 말고는 어떤 과자를 사 먹었는지는 생각은 나지 않는다.

 

 

내가 군것질로 돈을 많이 쓴 것을 알게 된 친구들은 이사실을 담임 선생님에게 고자질했다. 담임 선생님까지만 알게 되었으면 문제가 커지지 않았을 텐데, 금액이 너무 컸던지 친절한 선생님은 부모님에게 이사실을 알렸다. (1960년, 70년대에 라면은 10원, 짜장면은 20원)

 

 

화가 난 어머님은 마치 강력반 형사처럼 이 돈을 어디에서 훔쳤나고 추궁하기 시작했다. 나는 학교 가다가 길바닥에서 주은 거라고 말씀드렸지만 어머님은 막무가내로 내 말을 듣지 않고 손에 빗자루를 잡아 쥐고 도망가는 나를 머리며 어깨며 등이며 가리지 않고 나를 쫓아다니며 내 몸 여기저기를 때렸다.

 

 

나는 억울했다. 엉엉 울며 어머님이 휘두르는 빗자루를 이리저리 피해 가며 마루와 마당 사이를  뛰어다녔던 기억이 난다. 어린 나이에 누명을 쓴 것이 아직도 잊히지 않고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다.

 

 

결국 어머님은 내 말을 믿지 않고 내가 돈을 훔친 거라고 착각하셨다. 어머님은 내가 쓰고 남은 돈을 압수했고 끝까지 내가 길바닥에서 주었던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게 끝이었다.

 

 

수십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그 사건을 돌이켜 보면 그때 어머님은 왜 내 말을 믿어주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훔치지 않은 돈을 훔쳤다고 오해했던 어머님,

 

 

언젠가 어머님에게 이 사건에 대해 묻고 싶다. 어머님은 아마 까마득히 잊고 계실 수도 있지만 그렇지만 나는 오해를 풀고 싶다. 그러려면  우선 어머님이 이 사건을 기억하고 있어야 하는데,  만약 기억하지 못하신다면 어머님은 아들이 주은 천원의 진실을 영영 모르고 세상을 떠날 수도 있다.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길 기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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