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 수 있는 즐거움
한가한 일요일이다. 약속도 없고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일도 없는 휴일에 집에서 여유를 부리고 있다.
나는 시간에 쫓기지 않는 이런 날이 좋다. 그래서 가급적 약속이나 모임을 자제하고 생활을 단순하게 만든다. 그래야 오로지 내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처럼 나도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시간을 원한다.
이렇게 자유로운 시간에 나는 책을 본다. 책 읽는 시간이 나는 좋다. 이처럼 책을 통해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시간을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오늘 같이 한가한 시간 말이다.
오랜 시간 책을 봐서 눈이 피로해졌다. 마치 토끼 눈처럼 빨개지고 충혈되었다. 나는 장기간 독서를 할 수 없다. 1시간가량 읽으면 글씨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더 이상 눈을 혹사시킬 수 없어 눈에게 휴식시간을 주어야 한다.
산책을 한다던지, 눈은 감고 침대에 잠깐 눕는 다던지, 찬물에 세수를 한다던가, 설거지이나 재활용 분리수거 등 잡다한 집안일을 하면서 눈의 피로를 푼다. 짧은 휴식으로는 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이걸 경험으로 알았다. 최소한 1시간가량 휴식을 취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1시간을 기다리지 못한다. 매번 눈의 피로가 풀리기 전에 다시 책을 본다. 피로한 눈에게 배려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나다.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손가락질당해도 나는 할 말이 없다.
.
눈이 아파서 내가 독서를 할 수 없다니,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다. 학교 다닐 때 책을 그렇게 멀리하더니 지금에 와서 독서에 푹 빠져 버렸다.
학창 시절에 읽지 않은 책까지 한꺼번에 몰아서 읽으려니 과부하가 걸린 것 같다. 그래서 눈이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인과응보라고 할 수밖에
하지만 지금이라도 독서를 해서 참 다행이다. 죽기 전에 원하는 책을 읽을 수 있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늦게나마 책과 가까이 한 생활에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