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소망 사랑

이어가는 힘

kddhis 2024. 1. 31.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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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하루 몸살감기로 쉬었기에 오늘까지 쉴 수는 없었다. 아침 일찍 초점이 흐린 눈을 한 채로 사무실에 왔다.

 

 

오늘 사무실의 하루는 길었다. 기운 빠진 몸상태에서 일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겨우겨우 근무 시간을 채우고 도망치듯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나는 마치 남몰래 잘못 저지른 순박한 아이가 느낄 법한 것처럼 직원들에게 미안하고 마음이 불편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내 몸이 내 몸이 아니었다고 변명할 수밖에 다른 이유를 댈 수가 없었다.

 

 

아플 때는 집만큼 편안한 곳이 없다. (Home)의 소중함을 이야기한 프랑스의 문화인류학자 <클로테르 라파이유> 말을 빌리지 필요 없이 우리는 가정에서 위안을 찾고 받는다.

 

 

집에 도착하니 여전히 콧물이 나고 기침하고 목이 아팠지만 집은 아픈 몸과 마음을 안정시켜 주었다. 역시 집은 최고의 안식처다.

 

 

아내가 끊인 콩나물김칫국도 장조림도 감자조림도 맛깔 난 김치도 짜고 매울 뿐 고유한 맛을 느낄 수가 없었다. 독한 감기가 미각까지 초토화시켜 버렸다.

 

 

그래도 감기를 이겨야 했다. 우리가 알듯이 감기를 이기는 방법은 충분한 휴식과 영양 보충이다. 물론 감기가 심하면 병원에 가서 의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자연치유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것보다 빨리 병을 나은 방법을 택하는 게 현명한 처사라고 나는 생각한다. 병원의 도움 없이 자연치유로 나아지면 좋겠지만 잘못하다간 병을 키울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시원한 콩나물 맛을 느끼지 못한 채 저녁을 먹고 비타민B, C, D, 눈 영양제, 마그네슘 등을 한주먹 먹은 다음에 항생제가 포함된 6개 알약으로 구성된 감기약을 복용했다. 기진맥진한 상태로 침대로 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아내가 거실 등을 켰고 일어났기에 나도 따라 일어나 아침을 맞이했다. 한잠 푹 자고 나니 몸 상태가 완전히 정상은 아니었지만 어제보다 한결 몸이 가뿐했다.

 

 

이놈의 감기 때문에 내가 의무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독서, 글쓰기 등) 엉망이 되어버렸다.

 

 

인간을 괴롭히는 감기 바이스가 밉다. 그러나 어찌하라 어찌하라.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이런 종류의 병원균과 싸워 이겨내면 생존해 왔다.

 

 

이처럼 병원균은 우리의 일상 패턴을 흩트려 놓는 악당 같아 보이지 않은 생물이다. 그렇지만 제아무리 악성 병원균일지라도 인간 행위를 영원히 멈출게 할 수는 없다.

 

 

감기에 걸렸지만 일을 그런대로 처리했고 책도 읽었지만 아쉽게도 글을 쓰지 못했다. 이것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렇다고 그 자리에서 주저앉을 수는 없다. 마음을 다잡고 글쓰기를 이어가면 그만이다.

 

 

어떤 일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어가는 게 최상이겠지만 세상이 그렇게 굴러가지는 않는다. 어느 날 갑자기 감기처럼 뜻하지 않은 방해꾼이 나타나 우리가 하는 일을 방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일을 막고 멈추게 하는 불편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음을 인정함과 동시에 멈췄던 일을 또다시 이어갈 수 있는 능력이 우리 안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인간이 넘어졌을 때 툴툴 털고 일어나 가던 길을 가거나 하던 일이 끊어졌을 때 다시 이어갈 수 있는 행위가 인간의 진정한 힘이라 나는 믿는다.

 

 

멈추지 않고 하던 일을 한다면 좋겠지만 설령 멈춤을 당했을지라도 좌절하지 않고 해 오던 일을 다시 이어가는 자가 최종 승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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