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탕 집과 유튜브
설명절 셋째 날, 우리 가족은 점심 먹으러 야외로 나갔다. 집에서 승용차로 30분이나 40분 걸리는 하천변에 있는 대형 매운탕 집에 도착했다.
아니 이런 시골 식당 주차장에 승용차로 꽉 차 있었다. 주자안내요원이 주차장 입구에서 만차라고 하면서 우리 차 진입을 막았다. 할 수 없이 나는 도로변에 차를 세워놓고 매운탕 집으로 들어갔다.
앞쪽에 큰 하천이 있고 뒤쪽에는 배밭이 있는 대형 매운탕 식당에 웬 손님들이 이렇게 많을까 궁금해하면서 식당으로 향했다. 우리보다 먼저 식당으로 들어가 대기 순번을 뽑아온 아들은 앞으로 3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식당 2층에는 대기자를 위한 카페가 있었다. 80평쯤 되는 그곳에도 순서를 기다리는 손님들로 가득했다. 기다린 지 40분이 지나서야 1층 식당으로 먼저 간 아들로부터 우리 순번이 거의 돌아왔다고 메시지가 왔다.
1층 식당으로 들어갔다. 와, 초등학교 운동장만큼이나 큰 식당 홀에 손님으로 초만원이었다. 이 수많은 손님들이 매운탕 한 그릇 먹으려 이곳 시골 촌 구석까지 왔다니 작은 아들의 입이 벌어질 만도 했다.(둘째는 호기심이 많고 감탄도 잘한다.)
우리 순번이 바로 돌아온 것은 아니 없다. 거의 우리 순번이 왔기에 식당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식당입구에서 얼마나 기다렸을까. 그래도 지루하지 않았다. 우리 차례가 다가왔다는 생각이 기다리는 지루함을 잊게 했다. 조금만 기다리면 우리도 식당 홀 어느 테이블에 앉아 맛있는 매운탕을 먹을 수 있다는 기대뿐이었다.
마침내 식당 종업원의 안내를 받고 창가 쪽 테이블에 앉았다. 아내는 식당 분위기에 압도되었는지 아니면 배가 고파 식욕이 생겼는지 모르지만 기본 매운탕에 빠가사리와 수제비 2인분을 추가로 시켰다.
종업원은 매운탕이 담긴 솥뚜껑(뒤집은 솥뚜껑)을 테이블 옆 가스 화로에 놓고 매운탕을 끓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다른 손님들처럼 매운탕을 각자 그릇에 퍼서 맛나게 먹었다. 1시간을 기다려서 먹는 음식이라 더 맛이 있었을 것이다.
솥뚜껑 매운탕 국물이 거의 바닥날 무렵, 둘째는 이 식당 매출이 얼마나 될까 궁금해했다. 큰 아들은 어림짐작으로 식당 테이블을 세어보더만 4인용 테이블이 100개 정도 된다고 했다.
그럼 계산을 해보자.
한 번에 손님 수용인원은 400명(4인용*100테이블)이다. 매운탕 1인분이 13천원 이니까 매출은 5,200,000원(400명*13천원)이다.
이 식당은 아침과 저녁 장사를 하고 기다리는 손님을 감안할 때 하루 회전율을 5회로 잡으면 하루 매출액이 26,000,000원(5회*5백2십만 원)이다.
한 달 매출액은 650,000,000원(25일 영업기준)이고 연 매출이 78억원 이면 일반 대중식당이라기보다 기업 수준이라고 해야겠다.
장사 잘되는 식당을 보면 감탄하는 아들에게 나는 물었다. 만약 <이 식당>과 <유튜브> 둘 중에 너에게 살 수 있는 선택권을 준다면 어느 것을 사고 싶은가?
당연히 구글 유튜브 일 것이다. 왜 그럴까?
이 식당을 운영하라면 인건비, 재료비, 시설유지비 등 고정비용이 들어가지만 이에 반해 유튜브는 이런 고정비용이 거의 들어가지 않아 수익 가성비가 식당보다 높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유튜브는 이 식당에 비해 부가가지가 높은 사업을 하는 것이다. 참고로 한국에서 유튜브 지사도 없다고 한다.
문제는 식당을 인수하려면 매출, 건물가격, 인건비, 재료비, 제세공과금 등을 계산하여 수익을 따져봐서 적절한 식당인수 가격을 책정할 수 있는 반면에 유튜브는 인수 가격을 매기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식당을 사려면 어느 정도의 매수가격을 알 수 있는데 유튜브 매수가격을 책정하기 쉬지 않다.
내가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주식투자와 연결 짓고 싶어서였다. 주식을 사는 것은 기업을 사는 것이다. 다만 기업 전체를 사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일부부를 사는 것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장사가 잘되는 이 매운탕 집보다 유튜브는 고부가 가치가 높은 사업이다. 즉 유튜브가 이 매운탕집보다 돈을 더 많이 번다. 따라서 누구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유튜브를 선택할 것이다.
단 문제는 유튜브의 적정가격을 알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미래에 벌어들일 수입까지 계산해서 유튜브의 기업가격을 매겨야 하는데 말이다.
주식투자에서 주식을 사는 것은 기업을 사는 것과 같다. 단 좋은 기업을 살 때 가치보다 싼 가격에 사야 한다. 일반 개인은 어떤 기업의 적정 가격을 쉽게 알 수가 없으니 기업의 문제가 아닌 거시경제 문제(금리 인상, 고용률, 환율, 인플레이션, 무역전쟁 등)로 주가가 떨어질 때 좋은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면 기업의 소유자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