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게 살고 싶다
점심 먹고 잠깐 산책을 했습니다. 봄날씨처럼 포근했고 바람도 없어서 걷기에 좋은 날씨였습니다.
입춘(2월 4일)이 지나서 그런지 겨울이 가고 봄이 온 느낌입니다. 하지만 아직 겨울은 우리 곁에 있습니다. 내일부터 다시 추워진다고 합니다. 사실 이렇게 겨울이 가면 아쉽겠지요. 앞으로 흰 눈이 두세 번 이상은 내릴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눈 없이 올 겨울이 가버린다면 야속한 마음이 들 것 같습니다.
추운 거울은 가고 꽃샘추위와 함께 봄은 우리가 느끼지 못할 정도로 천천히 다가올 것입니다. 몇 주만 지나면 "겨울인가 싶더니 봄이네, "라는 말이 절로 나올 것입니다.
이렇게 1월 1일 새해가 시작되면 시간은 쏜살같이 봄 - 여름 - 가을 - 겨울 순서대로 사계절을 보내면서 12월 31일을 향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365일을 보냅니다. 이게 1년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라는 느낌을 받는다고 합니다. 제가 요즘 그런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었나 봅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세월이 참 빨리 흘려간다."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이 말에는 흘러가버린 기간이 아쉽다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습니다.
아내와 나는 요즘 들어 부쩍 노후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30년간 직장 생활했고 자식 둘을 성인으로 키웠으니 우리도 여유롭게 살아야 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서로 주고받습니다.
아내는 여행을 가고 싶다고 합니다. 여행은 아내의 소망입니다. 마땅히 우리는 여행을 다닐 것입니다. 아내와 나는 여행할 권리가 있습니다.
비록 부족한 게 많지만 엉뚱한 곳에 한 눈 팔지 않고 30년 넘게 성실하게 직장생활을 했으며 가족을 부양했습니다. 특별한 재능도 별난 취미도 흥미도 없습니다. 우리 부부는 오직 직장과 가정에 충실했습니다.
20대 후반에 직장생활을 시작해 30, 40대를 지나 50대 후반으로 달려가고 있는 직장인입니다. 한 개인의 중요한 시간 대부분을 지금 직장에서 보냈습니다.
몇 년 남지 않는 시간을 직장에서 잘 보내고 아무 탈없이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세월이 무섭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야속하게도 시간이 가버렸습니다. 특별히 해놓는 것도 없는데 말입니다. 이런 세월의 무상함에 잠을 못 이룰 때가 있습니다.
언젠가는 흙으로 돌아가야겠지요. 단지 그 언젠가를 알 수가 없을 뿐입니다. 살아 있는 동안 자유롭게 살고 싶습니다. 이것이 제 스스로에게 주고 싶은 진정한 선물입니다. 걸리적거릴게 없이 자유롭게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