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을 좋아하는 남자
오늘 일요일 하루 세끼를 집에서 해결했다. 아침에 어제 끊인 시금칫국에 밥을 먹었고 점심과 저녁은 각각 김치볶음밥과 콩나물김칫국을 먹었다. 모두 아내가 만든 음식이다.
아내는 우리 집 요리사다. 무슨 음식이든 척척 잘도 만든다. 식성이 까다로운 둘째 아들도 오늘 저녁에 끊인 김치 콩나물이 시원하다고 하면서 두 그릇이나 먹었다.
지난번 설명절 차례상 음식도 아내 혼자서 만들었다. 추석이나 설 명절 음식뿐만 아니라 1년에 두 번 있는 제사 음식 역시 아내 혼자 만든다. 부침개부터 고사리나물 무침까지 제사상에 올리는 20개쯤 되는 음식을 아내 혼자 만든다.
신혼 초에는 아내가 이렇게 음식을 잘 만들지는 못했다. 당시 아내는 음식 솜씨가 형편없었다. 결혼하기 전까지만 해도 장모님이 해준 밥을 먹고 학교 가고 직장을 다녔다고 한다.
그런 아내가 30년 가까이 나와 함께 살면서 음식을 만드는 솜씨가 몰라보게 달라졌다. 30년 동안 주부 역할을 한 결과라 하겠다. 지금은 음식 레시피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여러 음식을 척척 잘도 만들어 낸다.
아내의 음식 만드는 솜씨 덕에 우리 가족은 외식은 거의 하지 않는다. 주말이나 휴일에도 삼시 세끼를 집에서 음식을 해 먹는다. 우리 부부는 배달음식을 시켜 먹지 않는다.
만약 우리 집처럼 배달음식을 시켜 먹지 않는 가정만 있다면 아마 배달의 민족(우아한 형제들)은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망했을 것이다.
오랫동안 아내가 만든 음식에 적응되었는지 나는 식당 음식보다 집밥이 더 맛있다. 나는 아내가 만들어준 음식에 길들여진 남편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