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애의 힘
오전 10시쯤, 사무실 옆 대강당에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유심히 보니 엄마아빠 그리고 아이가 함께 유치원 졸업식장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아마 어느 유치원이 이 대강당을 졸업식 행사장으로 빌린 모양이다. 유치원생 졸업식을 알리는 풍선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었고, 벽 곳곳에 졸업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11시 30분경, 점심 먹기 위해 밖으로 나왔는데 귀여운 원생과 학부모들이 강당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졸업식을 마친 가족들이 각각 집이나 식당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졸업식에 대부분 원생의 아빠와 엄마가 함께 왔다. 나는 아빠엄마가 아이를 대하는 행동과 얼굴 표정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대체로 아빠는 굳은 얼굴표정을 하고 있었고 엄마는 아이에게 미소 짓는 표정이었다. 아빠는 바쁜 시간에 졸업식에 온 것이 싫었는지 불편한 얼굴빛이었고 엄마는 아이를 사랑하는 눈빛으로 대하고 있었다.
오늘 유치원 졸업식에서 모성애가 그 무엇보다 강함을 느낄 수 있었다. 엄마도 아빠 못지않게 직장업무 등 여러 이유로 바쁘다. 그럼에도 엄마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강하기에 아빠처럼 무덤덤한 얼굴표정으로 아이들 대하지 않고 진정으로 아이의 졸업을 축하해 주고 있었다. 정신 차려라 젊은 아빠들아, 물론 그렇지 않은 아빠도 있다.
젊은 아빠들의 재미없는 얼굴표정을 보면서 과거 우리 아이 유치원 졸업식장에서 굳은 표정을 지은 내 모습을 보는 듯하였다. 20년이 넘은 지금, 자상하게 아이의 졸업을 축하해 주지 못한 아빠였던 것에 나는 크게 반성했다.
창피하게 이 반성이 진정한 반성이 아니라 가식적인 반성이었다는 게 바로 탈로 났다. 아내는 오늘 하루 휴가를 내고 둘째 아들 대학 졸업식에 갔다. 하지만 나는 바쁘다는 핑계로 졸업식에 가지 않다. 오늘도 엄마 사랑이 아빠 사랑을 이겼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이제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입 다물고 있는 게 상책이다. 모성애의 승리를 인정한다.
인류의 번식과 번영은 엄마의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단정할 수 있다. 장담컨대 모성애가 없었다면 '호모사피엔스'란 종은 생존하지 못했을 것이다. 인간에게 모성애만큼 소중하고 고귀한 게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