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힘
일상에서 글감을 찾아 글을 쓰라고 한다. 소소한 생활에서 소재를 찾아 독특한 자기만의 색깔이 담긴 글이 읽기 좋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의자에 앉으면 금방 글감이 떠오르지 않는다.
과연 반복되는 일상에서 쓸거리가 있기나 하는 것일까? 아침에 일어나 씻고 챙겨 입고 사무실 도착, 어제 만남 동료와 동 일한 일을 비슷한 패턴으로 끝내고 퇴근, 집안 일과 소소한 저녁을 보내고 침대로... 우리네 보통의 일상이다.
우리는 매일 대면․ 비대면으로 사물, 사람 그리고 사건사고를 실시간으로 접한다. 모바일 등 IT기기를 통해 지식이나 정보를 끝도 없이 보는데 딱히 쓸거리를 찾지 못한다. 이유는 뭘까?
우리가 접하는 지식정보, 사건사고 등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이는 대로 보고 들리는 대로 듣고 그대로 뇌에 스치듯 저장하기에 자신의 것이 없다. 남의 지식은 있는데 내 생각의 지식이 없기에 쓸거리가 없는 것이다. 일상의 흐름 속에 생활의 반복만 있을 뿐이다. 자연히 뇌를 때리는 감흥도 없고 자극이 없으니 쓸게 없는 것이다.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사는데 자극 없는 뇌가 무슨 쓸거리를 준다 말인가.
내 생각이 있어야 그것을 글로 표현할 수 있다. 어떤 주제에 대해 깊이 있는 생각을 했다면 그 주제에 대해 할 이야기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엷은 생각으로는 딱히 몇 줄 밖에 쓸 게 없다. 깊이가 있는 글을 써야 되는데 그게 없으니 금세 바닥이 드러난다. 더 이상 글이 써지지 않는다. 포괄적이고 표면적 생각들의 나열은 스스로 생각해도 고립 타분한 글로 보인다. 개성이 있는 글을 써야 한다는 사실을 본인 스스로도 잘 알고 있기에 쓰기를 멈춘다.
매일 반복되는 똑같은 일상을 일기 쓰듯 쓸 수 없는 것이다. 초등학교 일기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밝은 아침, 놀이터에서 우리 반 친구인 철수를 만나 손잡고 학교에 갔다.” 이런 식의 글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우리는 하루에도 오만가지 생각을 한다. 잡생각이다. 잡생각은 혼란만 주고 걱정거리만 늘린다. 생각에도 수준이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생각은 사물을 깊이 들어다 보는 사색이다. 무엇을 보고 느끼고 깨달을 수 있는 생각을 말한다. 사람들은 생각하기를 죽기보다 싫어한다지만 생각하는 훈련이 부족했든 생각 경험이 없든 생각력이 약하든 간에 우리는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남들이 준 답을 달달 외우고 남들이 만들어준 지식이나 정보를 받아들여 그것이 진짜인양 사용한다. 입력만 있을 뿐 내 생각이 없다. 그냥 주는 대로 받다 먹고 해석해 준 대로 받아들인다. 제공된 지식, 정보, 신문기사 그 이상을 읽어야 한다. 내 생각이 포함되지 않는 지식은 진정한 내 지식이 아니다. 입력된 지식정보에 내 생각이 눈금만큼이라도 집어넣어야 나의 것이다.
남들이 가르쳐 준 대로 그대로 따라 하는 세상이다. 그게 편하고 좋은데 구태여 스스로 생각할 이유가 없다. 내 생각 없이 유튜브나 인공지능 GTP의 도움을 받아 편리하게 살 수 있다. 학교에서 달달 외우고 직장에서 기존 시스템대로 일한다. 이처럼 지식이나 정보는 IT기술이 다 해결해 주고 무엇이든 다 따라 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요리조차도 백종원이나 요리전문 유튜버가 알려 준다. 그대로 하면 기본 맛을 낼 수 있다. 그러니 생각하는 능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책을 대신 읽어주는 애플리케이션도 있다. 소설 쓰기도 GTP가 대신해 준다. 하지만 상상이나 생각은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다. 그러나 게 중에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승자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당면한 문제를 헤쳐 나가는 사람이 진정한 승자이다.
알고 보면 크게 이룬 사람들은 생각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문제해결 능력은 깊은 사색에서 또는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는 습관을 길러야 하는 이유다. 남보다 앞서 가는 방법은 사고력이다. 사람들은 사고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진정 남다른 사람은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독서와 글쓰기, 사색을 강조하는 이유는 생각을 키우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상상력과 사고력만 있으면 이 세상 살아가는데 거칠 것이 없다. 이것이 인간의 진정한 능력이기 때문이다.
생각을 키워라. 그 방법으로 독서, 글쓰기, 몰입하기, 집중하기, 깊게 파고들기 등이 있다. 조용히 앉아 명상이나 참선도 있다. 산책이나 아침 명상으로 각자 생각을 키우는 시간을 가져라.
이것이 인공지능 시대에 살아남는 최고의 방법이며 유일한 대안이다. 사실 지금만 그런 게 아니다. 과거 위대한 과학자, 철학자, 예술가, 창업가 등은 상상력으로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없는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그들은 경험하지 않은 현상이나 사물에 대해 머릿속으로 끝없이 생각한 결과 마침내 발명하고 발견하였다. 주변을 살펴보아라. 컵, 볼펜, 책, 옷, 시계, 비행기, 스마트폰, 자율주행 전기차, 우주선 등 모든 물건은 누구의 상상력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글감이 생각나지 않는다고 불평하지 않는다. 나의 상상력이 부족하고 현상이나 사물에 대해 깊은 관찰이 없었기에 글감이 떠오르지 않을 뿐이다. 글감을 찾는다고 찾아지는 것이 아니다. 글감은 언제나 내 머릿속 어디인가에 꼭꼭 숨어 있다. 그것을 끄집어내는 유일한 방법은 사색이다. 내게 필요한 것은 생각의 힘이다.
※ 우리는 우리가 기억하는 것들을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들을 기억한다.(허버대 의대 신경과학자 재레드 쿠스 호바스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