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지표 가족사진
우리 집 벽에는 가족사진이 줄줄이 걸려 있다. 벽도 부족해서 다용도 탁자에도 책장 위에도 집 떠난 큰 아이들의 사진이 놓여 있다.
갓 태어난 아이 사진부터 초등, 중고등학생, 대학생 그리고 작년에 제주도에서 찍은 가족사진까지 사진 촬영한 시간과 장소, 배경은 모두 다르지만 사진 속 주인공은 모두 우리 가족이다.
지난주 금요일에 이사를 하면서 아내가 열성적으로 벽에 가족사진을 거는 작업이 힘들어 보여서 아내에게 말을 건넸다. "여보, 이제는 벽에 거는 가족사진을 줄입시다."
하지만 아내는 내 말이 말 같지도 않은 듯이 눈을 할퀴더니 " 세월 지나면 남는 건 사진 밖에 없어요"라고 내 말을 되받아졌다.
나는 할 말이 없어 뒤통수만 긁었다. 더 이상 말해봤자 본전도 못 찾을 게 뻔했기에 다시는 벽에 사진을 거는 작업에 대해 일절 말을 하지 않았다.
특히 내가 사진 거는 작업을 하는 것도 아닌데 아내에게 이러쿵저러쿵할 자격이 없었다. 아내가 좋아서 가족사진을 벽에 건다는데 말린다고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집에 가족사진이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낫다. 그것도 가능한 가족사진이 많이 있는 게 좋다. 많으면 많을수록 더더욱 좋다는 다다익선(多多益善)은 이럴 때 쓰라고 만들어 놓은 사자성어(四字成語)가 아닐까.
한 가정이 화목한지 안 한 지는 그 집에 얼마나 행복하게 찍은 가족사진이 진시 되어 있느냐가 그 가정의 행복지표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가정의 행복지표 중에 가족사진이 그중 하나라면 우리 가족은 이 지표에서 만점 받을 것이다. 이 고득점은 다 아내 덕택으로 돌릴 수밖에 없다.
사실 아내는 사진 찍기를 싫어한다. 아내는 통통한 체격이고 얼굴이 사과처럼 동글동글해서 사진빨이 잘 나오지 않아 사진 찍는 것을 피하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아내가 가족사진을 좋아하는 이유는 가족을 사랑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만큼 우리 가정이 행복한 것은 다 아내덕이라 생각한다. 가정의 행복을 위해 가족사진을 애지중지하는 아내에게 감사하고 고마울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