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소망 사랑

아픈 마음 달래고 밝게 살자

kddhis 2024. 5. 9.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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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의 맞아, 카네이션 바구니를 들고 아내와 함께 어머님을 찾아뵈었다. 언제 보아도 어머님의 얼굴은 수척하다. 푹 파진 주름, 윤기 없는 피부, 파머끼 풀어진 짧은 생머리, 초점 잃은 눈동자가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예전엔 어머님은 말 수가 적었다. 하지만 병석에 눕고 치매 증상까지 보이면서 어머님은 말씀이 많아진 것이다. 이야기를 나눌 때 보통 어머님이 이야기를 하시고 우리는 듣는 편이다. 

 

 

혼자 계셔서 외로운 걸까. 우리를 만나 기분이 좋아 말씀을 많이 하시는 걸까. 오늘은 동생이 독감에 걸렸다는 이야기, 7살 조카가 태권도 도장에서 저녁 8시에 집에 돌아온다는 이야기 등 온 가족의 소식을 어머님으로부터 전해 들었다.

 

 

어머님은 매일 저녁에 4명의 자식과 며느리들에게 전화를 거신다. 특별한 일이 있어 전화하는 게 아니다. 자식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 전화를 하는 것이다. 

 

 

어머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러 오지 않은 날이 특별한 날이다. 하루 건너뛰면 내일은 반드시 전화가 온다. 이렇다 보니 내가 먼저 어머님에게 안부 전화를 거는 일은 거의 없다. 

 

 

어머님을 뵙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내는 나를 위로한 듯 퉁명스럽게 말했다.

"당신은 어머님을 만나고 나면 기분이 처지는 것 같아요. 그러지 마세요. 나이 들면 어쩔 수 없잖아요" 

 

 

나는 아무런 말도 않았다. 아내의 말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다. 내 기분이 나빠진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아프신 어머님을 보고 우울해진 표정을 숨길 수는 없지 않은가. 평생 자식을 위해 사신 하늘 같은 어머님이시다. 어찌 슬프지 않겠는가. 

 

 

하지만 아내의 기분도 이해는 간다. 아내는 남편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지는 것이 눈에 거슬린 것이다. 나이 들어 거동을 못하시고 치매증가를 보이는 걸 어떻게 할 것인가.  

 

 

그렇다. 내가 어머님의 병환을 고칠 수 없다. 우울해한다고 어머님의 아픔이 덜해지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러니 어머님의 병환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자. 어머님의 병환 때문에 슬퍼하지 말자. 나의 침울함이 아내의 기분까지 처지게 할 수는 없다..

 

 

어머님이 소중한 존재인 것처럼 아내 역시 나에게 귀한 사람이 아니던가.  5월 가정의 날, 아픔마음을 달래고 서로 위로하면 밝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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