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달리고 싶어한다.
비 오는데 아들은 야외에서 달리기 하려 운동복으로 갈아입는다. 헬스장 러닝머신에서 뛰라는 아내의 충고를 듣지 않고 밖으로 나간 아들은 20부 후 비에 흠뻑 적어 집에 들어오면서 운동화가 적었다고 푸념한다. 아들은 매일 달리기를 한다. 대학4학년 졸업반이다. 전공이 IA(인공지능)이다. 공부는 정신노동이다. 노동의 강도가 심하면 뇌가 피곤하고 지친다. 신체가 버텨 주어야 정신노동을 이어갈 수 있다. 그래서 아들은 달리기로 체력을 다지는 모양이다. 참 유별나나. 나를 닮았나 싶다.
지난주에 코로나에 감염되어 7일간 자가격리로 밖에 나가지 못했다. 아파트 헬스장 러닝머신에서 매일 40분 5K를 달렸는데 자가격리로 10일간 멈추었다가 오늘 다시 시작했다. 제가 달리는 이유도 아들과 다르지 않다. 정신적 피로를 풀고 신체적 건강을 위해서다. 달리는 동안은 힘들지만 땀나게 뛴 뒤 샤워할 때 개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좋다. 정신도 밝아져 집중력이 높아진다. 그 이유가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유산소 운동을 하면 뇌에서 여러 가지 신경전달물질 호르몬 분비가 촉진된다. 행복 호르몬으로 알려진 도파민을 포함하여 집중력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아세틸콜린이 분비된다. 조금 힘든 운동을 하면 "뇌의 마약"이라고 불리는 엔도르핀도 분비된다. 엔도르핀은 집중력에 탁월하다. 운동 후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드는 까닭은 이런 신경전달물질 호르몬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운동의 효능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 대표적인 전문가로 일본의 정신과의사 '가바사와 시온', 스웨덴 정신과의사 '안데르스 한센', 영국 신경심리학 교수 '이안 로버트슨' 등이 뇌과학 분야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분들의 저서에는 운동과 뇌의 관계를 논문, 연구, 실험, 사례 등으로 가득 차 있다.
이들 뇌과학자 연구에 따르면 신체는 운동하도록 만들어졌다. 그 이유는 우리 선조들이 수만 년 동안 사바나에서 음식을 찾아다니는 데 사용했던 운동기능과 함께 진화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뇌는 신체를 움직이지 않으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뇌 혈액순환이 제대로 안돼 산소공급이 부족해져 뇌 기능이 악해진다. 우주라고 불리는 뇌의 무한한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뇌세포들을 스르르 죽이는 꼴이다. 이를 방지하고 잠재의식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운동이 필요하다.
우리는 똑똑하고 명석한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방법이 있다. 바로 생각과 운동이다. 하지만 생각하기를 죽기보다 싫어하고 운동하기 싫어하는 게 보통 인간의 본성이다. 왜 그렇까? 이유는 간단하다. 뇌는 칼로리 소모를 낭비하지 않도록 진화되어 왔다. 우리 선조들은 당장의 위안이 중요했다. 내일 수렵채집으로 음식을 찾는다는 보장이 없었다. 지금 당장 배불리 먹고 음식을 찾을 때까지 최대한 에너지를 비축하고 버텨야 했다. 이게 생존본능이다. 지금 환경이 원시시대와 다름에도 우리 뇌는 원시시대의 선조의 뇌와 같다. 뇌의 발달이 환경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기에 나타난 부작용이다. 비만과 당뇨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우리 몸무게의 2%에 불과한 뇌는 우리 에너지의 20%를 사용한다. 뇌 입장에서 자신의 생존을 위해 최대한 에너지를 안 쓰려고 한다. 그래서 뇌는 어렵고 힘든 일을 피한다. 이처럼 뇌의 특성을 이해했다면 우리는 원시적 본능을 극복할 수 있다.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 이유는 신체를 건강하게 유지하면서 뇌를 최대한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이다. 정신노동으로 많은 에너지를 소모되기에 뇌를 최적화가 필요하다.
결혼을 앞둔 분은 결혼 상대자로 생각과 운동을 잘하는 사람을 인생 반려자로 찜하시길 바란다. 경제적 능력은 그다음이다. 선택을 항상 각자의 몫이다. 특히 제2의 탄생이라 불리는 인생의 반려자 선택은 말할 거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