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시장, 군수, 구청장으로 당선되면 그들은 의례적으로 주민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지역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목 하에 읍면동을 순방한다. 또는 매년 초 연례적으로 읍면동을 찾는 시장, 군수, 구청장들도 있다. 시장 군수 구청장의 읍면동 방문이란 제목의 기사는 지역신문에 자주 등장한다. 본인이 살고 있는 지역의 지방신문을 읽어 보면 금방 확인할 수 있다.
딱딱하고 정형화된 자리에서 권위적인 시장, 군수, 구청장과 주민이 얼마나 진솔하고 현실적인 대화가 오고 갈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러한 자리는 인위적으로 구성되는 것이 보통이다. 참석한 주민들은 어용단체 회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읍면동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우호적인 사람들이기에 진정으로 지역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단정 짓을 수 없다.
사실 시장, 군수, 구청장들이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지금은 공공부분의 역할이 축소되고 민간 부분의 힘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시대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없는 대한민국은 상상할 수 없지만 특정 지역 농어촌이 없어도 아무런 문제 없이 나라는 잘 돌아갈 것이다. 이것은 가정이다.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
시장, 군수, 구청장들은 전지전능한 해결사가 아니다. 그들이 스스로 해결 못하는 지역문제들이 얼마나 많은가? 법에 막혀 예산이 없어 이해관계에 얽혀 해결되지 않고 중단된 사업들이 수 없이 많다.
시장, 군수, 구청장의 실효성 없는 순방과 공무원의 본연의 업무 둘 중 어느 것이 지역주민에게 중요하고 먼저인가 ? 읍면동 공무원은 시장, 군수, 구청장의 순방에 따른 준비와 의전에 에너지를 쏟고 복지 등 공무원 본연의 업무는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해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주민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국민은 알아야 한다.
시장, 군수, 구청장의 권위를 보여주기 위해서 접대받기 위해서 읍면동 순방을 하는 것이 아니가 심히 의심스럽다. 그들의 읍면동 방문은 지역주민이나 읍면동 공무원들에게 도움은커녕 민폐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몇 년 전 아버님이 송사에 휘말려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적이 있었다. 아버님과 저는 약속된 조사 시간에 맞춰 경찰서에 도착했었다. 그때 마침 지방경찰청장이 경찰서를 방문하는 시간과 겹쳤다. 경찰들은 경찰청장 의전에 방해될까 봐 우리를 불편하고 번거로운 보따리 취급을 했다. 우리를 조사실 한쪽으로 몰아넣고 우리에게 조용히 있으라고 조금만 기다리라고 신신당부를 하는 경찰관의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경찰들의 존재 이유가 “경찰청장 의전인가 아니면 국민들의 사건사고 해결인가?”를 묻고 싶었다.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조용히 현장을 둘려보는 게 오히려 지역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그런 시도지사, 시장, 수, 구청장을 국민은 원한다.
국민은 시장, 군수, 구청장이라는 자신의 권위를 내세워 환대받기 원하는 그들을 싫어한다. 국민들을 구역질나 게 만들 뿐이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표현을 안 할 뿐이지 권위적인 정치인이 누구이고 위세를 떠는 시장, 군수, 구청장이 누구인지 국민은 다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