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일상
저녁 8시, 퇴근할 시간이 되었다. 책상을 정리하고 사무실을 나왔다. 사무실 빌딩에 주차할 공간이 없어 인근 건물 주차장에 차를 주차해 놓고 다닌다. 사무실에서 주차장까지 거리가 200미터도 안된다.
주차장 가는 길 먹자골목에 있는 대패 삼겹살, 곱창집, 활어횟집 등에 손님들로 가득했다. 저녁 8시면 술꾼들이 모여 술잔을 기울이는 딱 그 시간이다. 술꾼들이 재미있게 떠드는 활기찬 모습이 보기 좋다.
기분 좋게 노는 술꾼들의 모습에서 옛날 내 모습이 떠오른다. 나도 한 때는 못 마시는 술을 퍼 마셨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리 하지 않는다. 왜냐고, 부질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술자리에서 오고 가는 이야기는 대충 이렇다. 직장 동료 이야기나 직장 업무 이야기가 대분분이다. 대화 내용이 신선하지도 생산적이지 않다. 심심푸리 땅콩 같은 수준의 이야기다. 뒷담화 같은 대화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사실 특별한 게 없다.
술 퍼마시고 알코올에 중독되면 근심걱정이 없어져 기분이 끝내준다. 알코올 때문에 그때만 기분 좋다. 그러나 시간 지나면 좋을 게 없다. 남는 게 없다. 아까운 시간, 에너지, 돈만 불필요하게 낭비하는 꼴라지다.
그러지 말고 집에 빨리 가서 가족과 함께 지내든가. 내일을 위해 에너지를 충전하는 게 낫다.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독서하고 자신과 대화하며 보내시라. 그게 남는 장사다.
자기계발할 시간을 가지라는 말이다. 음주는 백해무익이다. 음주는 담배와 같다. 중독되면 자신만 손해다. 알코올에 중독되면 인생 쪽 난다.
퍼마시는 술이 당장은 좋을지 모르지만, 맛있게 빨아먹는 담배 맛에 뽕가서 좋을지 몰라도 언제 가는 후회하는 비참한 그날이 오고야 말것이다. 기대하시라. 더불어 단단히 각오하리라. 팥 싶은데 팥 나고 콩 심은 데 콩 나는 법이다.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고 운동은 몸을 튼튼하게 해 준다. 반면 음주와 흡연은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온다. 다들 알고 있으니라 생각해서 더 이상 부연 설명을 하지 않겠다,
차를 몰고 주차장을 빠져나와 집을 향해 악세레이터를 힘껏 밟는다. 집까지는 20분에 걸린다. 가깝다면 가깝고 멀다면 먼 거리다.
혼잡한 출퇴근 시간을 피해서 일찍 집을 나선다. 수십 년 동안 교통혼잡으로 도로에서 시간을 낭비하는 게 싫어서 일찍 출근 늦은 퇴근하는 생활패턴을 유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아침 7시 20분 전에 집을 나서고 저녁 8시가 넘어설 때쯤 퇴근한다. 출퇴근 시간을 단 몇 분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다. 시간은 돈으로도 바꿀 수 없는 귀한 가치물(?) 임을 알기 때문이다.
새벽 5시 언저리에 일어나 아침에 30분 조깅하고 스스로 아침밥을 챙겨 먹고 집을 나선다. 동료보다 일찍 출근해서 하루 업무를 시작하기에 여유롭다. 허둥대면 9시 10분 전에 출근하는 동료보다 백배 천배 낫다.
저녁시간도 알차게 보내려고 한다. 집에 도착하는 시간은 대충 8시 30분쯤 된다. 도착하자마자 사과나 키위 등 시원한 과일을 깎아 먹은 다음 세수하고 손발 씻고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쓴다.
냉장고에서 막 커낸 싱싱한 과일을 깎아 먹고 글 쓰는 시간이 하루 중 제일 행복한 시간이다. 나만의 시간이라서 더 좋다.
한 편의 글이 완성되면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다. 웃으면 컴퓨터 방에서 나와 큰방으로 간다. 하루가 끝나는 시간이다. 그리고 내일을 위해 잠을 잔다.
이처럼 하루 일과가 재미없을 정도로 심플하다. 조깅하고 아침밥 먹고 출근한다. 그리고 퇴근해서 과일 깎아 먹고 글 쓰고 잔다. 이 얼마나 단순한 생활인가. 나는 이런 단순한 생활을 즐기고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