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친구다
무더위 때문에 토요일 점심 외식 말고는 주말 내내 집에서 지냈다. 일요일 오후, 주말 이틀 동안 책을 보며 집에 있으니 지루해졌다. 그래서 집 근처 대형서점에 갔다.
서점에서 돌아와 저녁을 먹고 소파에 앉아 있는 나를 보고 아내는 "눈이 휑해 보여요."라고 말하며 작은 방으로 들어간다. 서점에서 3시간 동안 책을 뚫어져라 보았으니 눈이 피곤해졌던 것이다.
만약 눈이 지치지 않았다면 서점에서 더 오랫동안 책을 보았을 것이다. 요즘 눈이 아파 오랫동안 책을 볼 수가 없다.
학창 시절 책과 담쌓고 지냈는데 나이 들어 시력이 따라주지 않아 독서에 제약을 받다니 세상 별이다..
1시간 이상 글을 읽으면 아내말처럼 눈이 휑해진다. 그러면 책을 덮고 한 참을 글을 읽지 않고 다른 일 해야 한다. 그것도 한두 시간의 휴식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서너 시간은 지나야 책을 다시 읽을 수 있는 시력이 돌아온다.
이 어찌 슬프지 않겠는가. 그렇지만 한편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비록 안 좋은 시력 때문에 책 읽는데 지장을 받지만 책과 담쌓고 인생을 마감하는 것보다 백배 천배 낫다.
독서수첩에 읽고 싶은 책 목록이 빼곡히 적혀 있다. 이 책도 읽고 싶고 저 책도 보고 싶은데 제한된 독서 시간과 눈 때문에 수첩에 적어 놓은 책들과의 만남이 미루어지고 있다.
오늘처럼 서점에 가면 새로운 책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 책들도 모조리 읽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그중 몇 권은 사진을 찍어 다음에 읽을 책 목록에 저장해 놓는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책만 읽고 싶다. 아마 그럴 날이 머지않았다. 퇴직하면 실컷 책 보고 글만 쓸 참이다. 그날이 기다려진다.
세상에 독서만 한 친구는 없다. 내가 원하면 반겨주고 내가 보기 싫어서 멀리해도 책은 나를 싫어하지 않는다. 내가 원할 때 언제든지 나를 반겨준다. 특히 독서는 나를 귀찮게 하거나 짜증 나게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독서는 내가 모르는 지식과 정보를 알려줄 뿐만 아니라 세상을 현명하게 사는 방법까지 알려주는 참 고마운 친구다. 그렇다고 무엇을 나에게 바라지도 않는다. 이런 친구가 세상천지에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