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끈기다.
일요일 오후다. 집에 나 혼자 남아 있다. 나만 빼놓고 다들 밖에 나가 버렸다. 하지만 날 버리고 떠난 가족이 밉지 않다. 오히려 고맙다. 혼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까.
모니터 앞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이렇게 글을 쓰며 나 혼자 잘 놀고 있다. 미리 글 주제를 가지고 글쓰기를 시작하지 않았기에 깜빡이는 모니터 커서(cursor)만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글 소재가 떠오르지 않는다고 머리를 싸매며 글감을 억지로 잡아보려고 안달복달하지 않는다. 그냥 물 흐르듯 생각을 놓아두고 있다.
오렌지 주스를 짜듯 머리를 쥐어짠다고 글감이 나온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다들 알겠지만, 글은 그렇게 써지지 않는다. 쓰고자 하는 것이 마음에서 차고 넘쳐야 줄줄 써지는 게 글이다. ( 인위적인 기획적인 글은 다르겠지만)
따라서 차고 넘치는 마음 상태를 연출하려면 작가에게 사물을 그냥 보고 지나치지 않은 예리한 관찰력이 요구된다.
그래서 작가는 길가에 핀 꽃도 하늘에 떠 있는 뭉게구름도 허름한 식당 간판도 하수구에 처 막힌 낙엽 등도 예사로 보지 않는다.
작가는 관찰 대상에서 의미를 찾아보고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며 다른 사물이나 사건과 연결 지어서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려 하는 유별난 인간이다.
이게 유능한 작가의 기질이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이런 기질이 없는 게 문제다. 그렇다고 낙담할 필요 없다, 타고나지 않았다면 관찰력을 키워나가면 되니까.
만약 차고 넘치는 감정이 없으면 어떻게 글을 써야 할까. 특별히 쓸거리가 없으면 떠 오르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흰 바탕 화면에 어휘를 하나씩 끈질기게 입력해 나가자. 마치 문장 만드는 것이 글쓰기의 목적이라고 생각하며 무작정 써 내려가자.
이렇게 쓰다 보면 문장이 만들어지고 이어 문단이 구성되어 마침내 글 초안이 생성된다. 허점투성이인 초안을 여러 번 수정하면 결국, 한 편의 글이 완성된다.
글쓰기는 끈기다. 글감이 있든 없든, 글 소재에 대한 상념이 떠오르든 그렇지 않든, 책상 앞에 앉아 매일 같이 글을 써야 글 쓰는 실력이 늘어난다.
이것 말고 글쓰기 능력을 키우는 방법은 없다. 글쓰기 실력은 반드시 직접 글을 써야 향상된다. 이것은 만고의 진리다.
나는 이런 식으로 컴퓨터가 있는 작은 방의 문을 닫고 모니터 앞에 앉아 외롭게 약 2시간 동안 글을 쓴다.
이것이 내 글쓰기 방법이며 요령이다. 작가라면 다음 두 문장에 동의할 것이다. 1) 작가의 최고 덕목은 끈기다. 2) 작가는 글쓰기를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