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가족 여행 - 첫 날
새벽 3시, 제주도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전날 밤 준비해 놓은 여행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섰다. 15년 만에 떠나는 가족여행이다. 새벽 4시에 공향에 도착했는데 큰 공항 대합실에 우리 밖에 없었다. 첫 비행기가 6시에 인데 너무 일찍 도착했다. 일찍 일어나서 잠이 부족했는지 기내에서 줄곧 졸았다. 머리가 아래위로 꾸벅 끄떡 꾸벅 끄떡을 반복했다. 침은 흘리지 않았다, ㅎㅎㅎ
비행기에서 내린 우리는 곧바로 렌터카 셔틀버스 승강장으로 갔다. 15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버스가 20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는다. 다른 렌터카 셔틀버스는 눈에 자주 띄는데 우리 셔틀만 보이지 않는다. 슬슬 지루하고 짜증이 올라올 때쯤 셔틀버스가 왔다. 기대보다 늦게 도착한 셔틀버스 운전기사는 무뚝뚝한 남자였다. 잘 난 것도 없는데 퉁명스럽다. 친절하고는 거리가 먼 화성에서 방금 도착한 외계인처럼 느껴졌다. 서비스업 종사자치곤 친절 감각은 없었다.
셔틀버스는 공항 외곽에 위치한 렌터카 사무실에 도착했다. 사무실 안내석에 앉아 손님을 맞이하는 여직원과 그 옆에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남자직원이 눈에 들어왔다.. 여직원은 앉아서 손님에게 키오스크에 렌터차량 신청서 작성을 안내했다. 일어나 반갑게 맞이하면 좋을 텐데. 손님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라 그런지 손님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직원은 사무적으로 일할 뿐이다. 관광지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이렇게 친절에 약해서야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우리가 이용한 렌터 카는 다른 회사에 비해 영세한 회사여서 셔틀버스 차량이 몇 대 안 되기에 운행 간격이 길었던 것이고 롯데 렌터 카처럼 대형회사는 셔틀버스 운행차량이 많아 운행 간격이 짧았던 것이다. 다음에 제주도에 오게 되면 시간 절약을 위해 대형 렌터카를 이용합시다라고 아내에게 말했다. 또한 영세기업이라 그런지 친절도 등 서비스가 떨어졌다. 관광지에서 첫 만남은 중요하다. 여행지에서 첫 번째로 만남 사람에게 불쾌한 인상을 느꼈다면 여행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차량 대여 후 허기를 달러기 위해 해물 뚝배기와 고등어조림으로 유명한 맛 집으로 차를 몰았다. 배가 곱아서인지 음식이 맛있어 그런지 아침을 맛나게 먹었다. 너무 일찍 일어나 피곤해서 아내와 번갈아 가면 운전을 했다. 이렇게 15년 만의 제주도에서 가족여행을 시작했다. 몸은 피곤했어도 기분은 짱이였다.
첫 번째로 찾은 곳은 바닷가 산책로이다. 해안선을 따라 길게 산책 데크를 설치해 놓았다. 신선한 아침 공기를 맞으며 걷다가 멈춰 바다를 바라보고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입가에 밀가루를 묻혀가며 도넛을 먹으며 걸었다. 아내는 군것질을 좋아한다. 해안 근처 이름난 도넛 가게에서 도넛을 사서 먹으며 한가로이 해안 길을 따라 걸었다. 바다 짠내가 물씬 코로 들어왔다.
즐기려고 노력하는 중일까 아니면 일상에서 벗어나 편안함과 안락함을 맛보고 있는 것일까. 사실 어설픈 여행이다. 솔직히 여행과 가깝지 않다. “여행하는 시간이 아깝다. 이 시간에 생산적 활동이 더 이득이다.”라는 생각이 머리를 때린다. 유희를 좋아하지 않고 생산적인 활동에 가치를 두는 탓일 것이다.
아이들이 어려서 부모의 의무감에 간 여행이 있었지만 30년 직장 생활하면서 여행다운 여행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래서 내게 여행은 낮 설다. 이런 생각도 잠깐, 점심을 먹기 위해 우리는 서귀포로 차를 몰았다. 가자 고등회 먹으러..
제주시에서 서귀포로 1시간 넘게 달려온 곳은 고등어 회로 유명한 식당이다. 동료 직원이 추천해 준 횟집이다. 서울에서 고등어 회 먹으로 비행기 타고 오는 식당이라고 소개해 주었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이 12시경 한참 손님이 많을 시간대인데 손님은 우리가 전부이다. 처음 먹어 본 고등어 회 맛은 평범했다. 색다른 느낌이 없었다. 우리가 식당을 떠날 때까지 식당의 손님은 우리 말고 1팀만 있었다. 침이 마르게 칭찬한 고등어 회집을 소개해준 동료의 말에 의심이 갔다. 김과장 죽었어!
다음 행선지는 해변가에 있는 카페이다. 상호명은 호텔 샌드이다. 카페 앞은 백사장이 펼쳐져 있고 바닷가 너머로 작은 섬이 하나 있다. 말 그대로 바다 뷰가 끝내주는 카페에 손님으로 가득하다. 옆에 스타벅스가 있는데도 이 카페에 손님이 더 많다. 넓은 방석을 깔라 놓은 평상에서 누어 잠을 자거나 대화를 나누거나 멍 때리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평일에 일 않고 무의도식하는 게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멋있는 바닷가 뷰도 시간이 지날수록 적응되어 만족감이 조금씩 떨어져 갔다. 아쉬움을 때 떠나야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카페에 오래 머무는 것도 매너가 아니기에 내비게이션이 알려준 대로 숙소를 향해 차를 몰았다. 빗방울이 차창에 한 두 방울 떨어진다.
오후 3시부터 호텔 입실이 가능한데 어쩜 3시 정각에 로비에 도착했다. 객실로 들어와 폭신한 하얀 가운이 덮인 침대에 누웠더니 피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아빠 피곤하지 않아요.”라고 아들은 나에게 묻는다. 나만 피곤한 게 아니다. 새벽 3시에 일어나 비행기 타고 차 몰고 서귀포까지 왔다가 다시 숙소인 제주시로 왕복 3시간 넘게 왔다 갔다를 했으니 피곤한 게 당연했다.
호텔에서 3시간 정도 휴식과 오침으로 조금의 피로를 조금 풀었다. 저녁 먹을 시간이 되어 호텔 뒤쪽에 있는 고기 집으로 갔다. 넓은 야외 잔디가 있는 흑돼지 삼겹살집은 우리보다 먼저 온 손님으로 가득했다. 늦게 온 손님은 앉을자리가 없었다. 아내가 강력히 추천한 고깃집이다.. 식당직원이 직접 구워준 삼겹살 맛은 서귀포 고등어 회와 다르게 우리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추가로 오삼겹살을 시켜 먹고 입가심으로 물냉면까지 배불리 먹었다.
식당의 서비스도 대만족이다, 알바생들의 적극적인 손님 응대 모습을 보면서 열심히 일하는 그들에게 감사와 열심히 사는 그들에게 응원을 마음으로 보냈다. “일에 열중하는 것만큼 남에게 감화를 주는 것은 없다.”라는 에드워드 GE 불뤄리튼의 말처럼 그 알바생들은 일하는 모습이 무척 보기 좋았다. 호텔 샌드 카페에서 평상에 들어 누워 멍 때리는 젊은이들과 대조를 이루었다.
기분 좋은 만찬 분위기를 가지고 호텔 앞 바닷가를 따라 산책을 하는데 금방 어둠워져 서둘러 숙소로 돌아왔다. 여행 첫날은 이렇게 마감했다. 밀려오는 건 파도만은 아니었다. 잠도 파도 못지않게 들이닥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