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3막, 기대하시라
28살에 직장을 잡았다. 즉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 독립한 때가 28살이 되던 해다. 태어나서 그때까지 부모님의 보살핀을 받고 성장했고 살았다.
부모님의 헌신적인 사랑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다. 취직하여 독립하기 전까지 우리 모두는 부모님으로부터 물심양면으로 보살핌을 받았다.
태어나서 30년 가까이 부모의 돌봄 하에 자랐다. 어머님의 젖을 먹은 것부터 시작해 국민학교, 중고, 대학교, 취업공부 뒷바라지까지 부모님의 사랑이 자식들을 사람구실하게끔 만들어 준 것이다.
그리고 결혼과 함께 인생 2막이 시작되었고 그리고 30년이 홀라당 지나갔다. 30년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열거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여기서는 생략하겠다.
결혼 전엔 거리낌 없이 세상을 살았다. 결혼과 동시에 인간관계가 얽히고설킨다. 나를 중심으로 아내가 있고 장인장모, 처남 처남식구, 처제 처제식구 등 처갓집 식구들과 인연을 맺는다. 또한 아내는 시아버지 시어머니, 시동생 등 시집 식구들과 인간관계가 맺어진다.
부부는 자녀, 본가 식구, 처가 식구 등 결혼으로 인연을 맺는 사람들에 의해 둘려 쌓인다. 이들과 직간접적으로 벌어지는 온갖 인간관계로 울고 웃고 싸우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돕고 의지하며 살아갔다.
결혼하면 이렇게 인간관계가 복잡해진다. 가족 행사에 다녀야 하고 양가 부모 찾아뵙야 하는 과정에서 다툼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싫어도 함께할 수밖에 없는 게 가족행사다.
추석 설 명절 때만 나타나는 질병이라는 명절 증후군이란 병도 생겨났다. 명절 동안 서먹한 시어머니 아버지, 시동생, 사촌 조카들과 지내야 한다. 여기에 더하여 쌩판 모르는 일가친척과도 부딪칠 수도 있다. 아이고 머리야.
특히 한 곳에 대식구가 모였으니 며느리는 음식을 만들어야 하고 설거지해야 하는 보이지 않은 임무가 부여된다. 결과적으로 이런 상황이 며느리들에게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통을 준다. 이것이 바로 명절 증후군의 원인이다.
결혼하면 자녀를 낳고 기른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가정은 자녀를 키우는데 금전적인 문제가 가장 큰 걱정거리가 된다.
어린이집부터 대학교까지 남들 다 보내는 태권도를 비롯한 예치능 학원, 국영수 학원. 과외, 해외연수도 보내야 하기에 보통 부모들에게 버겁기만 하다. 그래서 요즘 결혼도 포기하고 설렁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가 보다.
부모는 자녀를 기르기 위해 일벌처럼 돈 벌어야 한다. 자기 생활을 자제되고 가족의 부양을 위해 일터로 매일 출근한다. 일벌이니 일터로 가는 수밖에
만약 부모의 바람대로 자녀가 잘 자라준다면 그래도 보람 있고 위안이 되지만, 그게 부모 뜻대로 되지는 않는 게 문제다. 부모가 자녀에게 쏟아부은 시간과 교육비만큼 효과가 없는 가정이 대부분일 것이다.
이렇게 자녀가 군대 다녀와서 대학교 졸업하고 성인이 되면, 어느새 결혼하고 30년이란 시간이 홀라당 소비된다. 이 시기가 인생 2막이 마감되는 끝자라쯤 된다.
자녀가 대학졸업하고 취직하여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쯤 부모는 나이 육십이 가까워진다. 이후부터는 인생 3막이다.
인생 1막은 태어나 부모님의 보살핀 속에 자라 사회생활을 시작한 20대 후반까지
인생 2막은 결혼 후 가정을 꾸리고 부양하고 마침내 자녀가 사회생활을 시작한 50대 후반까지
인생 3막은 자녀가 독립한 50대 후반이나 60대 초반부터 죽을 때까지
인생 1막은 부모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고 인생 2막은 처자신 먹어 살리고 부모님 부양하야 하는 의무감에 살았다면 인생 3박은 남의 눈치 보지 말고 살아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인생 3막을 살아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그래도 내 뜻대로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인생 3막에서는 자식에게 신경 끄고 여타 일가친척 개의치 않고 오직 자신에게 집중하며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