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수확 체험기
아침 일곱 시가 조금 넘어 고구마 캐러 밭에 왔다. 오늘, 토요일 고구마 수확하는 날이다.
늦잠 자는 바람에 예정보다 늦게 밭에 도착했다. 게으른 주말농부라고 불러도 할 말 없다. 그래도 변명을 하자면 전업 농부가 아니니 이해해 줬으면 한다. 주중엔 보통 직장인처럼 바쁘게 지낸다.
밭에 도착하자마자 숨 돌릴 틈도 없이 작업을 시작했다. 먼저 고구마 덩굴을 걷어내고 예초 검정비닐을 벗겨낸 다음 삽으로 고구마 줄기 주변 흙을 떠내면 드디어 짙은 분홍빛 고구마가 보인다. 봄에 심은 밤고구마다.
마지막으로 아내는 호미와 손으로 고구마 주변 흙을 파낸다. 그리고 땅밖으로 모습을 거의 드러난 고구마를 잡아 땅긴다. 아내의 손힘에 끌러 여러 개의 고구마가 한꺼번에 세상밖으로 돌출된다.
2시간 동안 에코백 2개 분량의 고구마를 수확했다. 30이나 40kg가량 되는 분량이다. 이 정도의 양이면 우리 네 가족이 2달 이상을 먹을 수 있는 간식거리다.
작업을 마치고 고구마 2팩을 차 트렁크에 싣고 밭을 나서니 벌써 9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해는 이미 중천에 떠 따가운 빛을 내뿜고 있었다. 가을인데도 피하고 싶은 미운 태양이다. 올해 여름이 유난히 무더워 태양까지 미워졌다.
조수석에 탄 아내는 밭 근처에 있는 순대집에서 아침을 먹자고 한다. 아침 일찍 밭일에 흔쾌히 동행한 아내에게 감사하면서 나는 군소리 없이 아내의 말씀대로 순대집으로 차를 몰았다.
아침 9시 20분인데도 순대집은 지역의 맛집답게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으로 가득했다. 손님 대부분은 가족으로 보였다.
아무리 맛집으로 소문난 순대집이라고 해도 그렇지, 도시 외관에 위치한 순대집까지 와서 아침밥을 먹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니, 놀랬다. 휴일에 아침밥을 하기 귀찮아서, 아니면 주말을 맞아 외식명목으로... 알 수 없다. 세상 참 풍요롭다.
우리도 손님들에 섞여 순댓국을 주문하고 맛깔난 깍두기와 새우젓, 양파, 고추 등을 반찬삼아 뜨겁고 담백한 순대국밥을 맛있게 먹었다. 밭일하고 먹는 아침밥은 말 그대로 꿀맛이었다.
오는 길에 대형마트에 들러 식재료, 과일 등 생필품을 사서 집으로 돌아와 쇼핑 물건과 고구마를 정해진 자리에 놓고 샤워하고 시계를 보니 벌써 11시 30분이 지나고 있었다. 오전 시간이 뚝딱 지나가 버렸다. 또 밥 먹을 시간,,,
그러나 밥보다 몸이 피곤해 점심은 뒤로하고 침대로 들어가 오늘 두 번째 잠을 청했다, 침대에 누우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역시 휴식 장소로 집이 최고다." 집보다 편한 곳이 세상에 또 있을까. 아마 집보다 편한 공간은 우주에서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인생별거 없다. 오늘 같은 하루가 모여 한 달 그리고 일 년이 되고 여러 해가 모여 한평생이 된다. 이게 삶이고 인생살이다.
그러니 현재 가진 것에 만족해야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한다. 평범한 일상에 감사하자. 고구마 캔 일에 감사하자. 순댓국에 감사하자. 낮잠 자는 것에 감사하자. 이거면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그러나 한편 인간의 욕망이 끝이 없기에 일상의 행복을 놓질 수 있다. 어쩔 수 없다. 그렇다 치더라고 우리는 삶을, 인간의 욕망을 조금이라고 더 이해하며 살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