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소망 사랑

삶은 적응하고 대응할 뿐이다

kddhis 2024. 10. 20.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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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전화번호가 떴다. 순간 긴장하며 전화를 받았다. 병동의 간호사 전화였다. 어머님이 경련을 몇 번 일으켜 지금  중환자실로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갑자기 전화가 걸려오면 나도 모르게 움츠린다. 병원에서 온 전화는 특히 더 그렇다. 

 

 

9일 전 토요일에 어머님이 응급실 갈 때도 갑작스럽게 전화를 받았고 오늘 간호사의 연락도 뜬금없이 걸려온 전화다.

 

 

급하게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병원으로 차를 몰았다. 일요일 저녁 시간대라서 도로는 한산했다. 평일보다 빠르게 병원에 도착했다.

 

 

어머님이 중환자실에 누워 있었다. 눈을 뜨고 의식은 있었지만 우리를 알아보는지 못 알아보는지 알 수가 없었다. 가래가 끓어 어머님 입에 보조기구가 끼워져 있어 어머님은 말할 수가 없었다.

 

 

힘들어하시는 어머님을 보니 속상했다. 안타깝고 가슴이 미어졌다. 그냥 고통스러워하는 어머님 얼굴을 바라볼 뿐 해드릴 게 없었다. 아무것도

 

 

중환자실 병문 시간대가 "화요일과 토요일 11시부터 11시 20분까지"라는 안내를 받고 병원을 나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내는 나를 위로한다.

" 나이 들면 어쩔 수 없어요. 너무 손상해하지 마세요."

내가 대답이 없자. 아내는 계속 말을 한다.

"우리도 어머님처럼 나이 들면 힘없고 초라해질 건데, 자식들을 위해서 아프지 맙시다."

 

 

아내의 위로에도 기운이 나지 않았다. 조용히 운전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가 집에 들어가자마자 아들은 묻는다.

" 할머니 어때요?"

아내는 아들이 걱정할까 봐 짤막하게 특별하게 없어라고 말했다.

 

 

집에 오니 긴장이 풀렸는지 배가 곱았다. 시간은 저녁 9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고구마, 초콜릿, 키위 등을 먹고 허기진 배를 채우고 모니터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사실 이런 우울한 분위기에서 글 쓸 마음이 있겠는가. 하지만 글까지 쓰지 않는다면 마음이 더 답답할 것 같아 한 문장이라도 만들어 보자는 심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글을 쓴다기보다는 문장을 만든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내가 그런 마음으로 지금 글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글이라도 써야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아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글쓰기로 아픈 마음을 달래 심사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글쓰기가 우울한 내 마음을 온전히 회복시켜 주지 않아도 더 침울해지는 것은 막아주지 않을까라는 근거 없는 생각에서 글을 쓰고 있다.

 

 

처음 독서를 시작할 때가 생각난다. 

 

당시 독서에 도전하면서 다짐한 말은  "읽어야 산다."였고, 글쓰기를 시작하면서는 노트 표지에 이렇게 썼다. "써야 산다. "

독서도 글쓰기도 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시작했다.

 

 

책 읽는 습관을 들이고 글을 잘 쓰고 싶어서 시작한 독서와 글쓰기다. 하루도 빠트리지 않고 쓰겠다는 각오로 시작했다,

 

 

그러나 가끔 여러 이유로 독서와 글쓰기를 빼먹는 날도 이었지만 그런 날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아주 예외적인 경우다.

 

 

어떤 일이 있어도 읽고 써야 한다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독서는 읽는 것이고 글쓰기 문장을 만드는 것이다. 문장 만들 수 있는 능력만 있으면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

 

 

글쓰기에 기본은 문장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쓸거리가 생각나지 않거나 글 주재나 소재가 떠오르지 않을 경우에는 "그래, 문장을 만들자."라는 심정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한 문장이 두 문장이 되고 문단이 되어 한 편의 글이 되는 기적이 일어난다.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

자주 일어나는 일이 무슨 기적이냐고 따지는 사람이 있겠지만 그래도 나는 기적이라 믿는다.

 

   

"문장을 만들자."라는 글쓰기 태도가 매일 글을 쓸 수 있는 비결이다. 오늘도 그렇다. 어머님이 중환자실에 입원하셨는데 글 쓸 의욕이 있겠는가. 그렇지만 한 문장이라도 쓰고 말겠다는 생각으로 쓰다 보니 여기까지 글을 쓰게 된 것이다.

 

 

오늘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글을 썼다는 것이 중요하다. 글을 잘 쓰는 비결은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다. 이것 말고 글 잘 쓰는 다른 방법은 없다.

 

 

아무튼 오늘은 우울한 날이다. 그래도 어쩔 건가,. 살아야지. 내일 의사 선생님 면담을 신청해 놓았다. 상황에 잘 대응하고 그 속에서 해결방법이나 생활의 올바른 방향을 찾아야 한다.

 

 

의기소침할 필요 없다. 인간은 적응이 동물이다. 적응하고 잘 대응하며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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