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운을 주는 사람은 따로 있다.
토요일 저녁, 수년 동안 다니던 칼국수 식당을 남편과 함께 다녀왔다. 이 칼국수 식당은 나이 든 부부가 주택가 골목에서 30년 가까이 운영하고 있는 음식점이다. “KBS 6시 내 고향”에 맛 집으로 소개된 칼국수 식당이기도 하다.
우리는 식당 사장님과 세상 돌아가는 대화를 가끔 나눈다. 오늘 사장님은 나를 보자마자 얼굴빛이 좋아졌다고 인사말을 건 냈다.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인사말이다. 웃음이 있는 내 얼굴을 사장님이 단박에 알아보신 것이다. 세상은 내가 보여준 대로 나를 본다는 사실을 사장님 인사말을 통해 확인된 순간이다. 달라진 나의 얼굴 표정을 그대로 사장님이 본 것이다.
사장님은 항상 긍정적이며 얼굴 표정이 밝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계신 분이다. 그래서 사장님을 만나면 기분이 좋다.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는 사장님 말을 듣고 나는 조금 놀랬다. 자기 계발서 책에 자주 나오는 말인데 이것을 사장님은 예전부터 몸소 실천하고 있었던 것이다. 역시 건전한 사장님의 마음과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이런 성품 때문일까. 주변에는 사장님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다. 사장님 자신이 특별히 손님에게 잘해 주는 것도 없는데 손님들이 알아서 사장님을 각별하게 대한다고 한다.
사장님은 이런 말을 우리에게 들려주었다. 식당은 손님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입장인데 우리 손님들은 오히려 과일, 제빵 등을 사들고 식당을 찾아와 자신에게 잘 대해 준다는 것이다. 손님이 식당 주인에게 잘 대해주는 식당이 세상천지에 어디에 있는가? 이 식당이 그렇다.
이 식당은 칼국수 맛으로 소문난 맛집이다. 손님이 줄을 서는 식당이다. 손님 중에 단골손님이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이다. 식당 전용주차장이 없다. 비좁은 주택가 골목에 식당이 자리하고 있어 손님들이 주차를 못 해 식당에 들어오지 못하고 되돌아가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사장님은 이런 손님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어제 점심때 줄 서서 기다리는 손님이 많아 식당이 아주 바빴다고 한다. 그때 손님 중 남편은 정신과 의사이고 아내는 한의원 원장인 부부가 칼국수를 먹으러 왔다가 분주한 사장님을 대신해 한의원 원장이 테이블 정리, 손님 안내 등 식당 일을 도와주었다고 한다. 우연히 한의원 원장이 식당일을 도와주는 광경을 본 한의원 원장의 환자도 식당 일을 함께 도와주었다는 신기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식당 손님이 식당일을 도와주다니 그것도 정신과 의사와 한의원 원장이... 손님 스스로 식당 일을 도와주는 식당은 이 칼국수 식당 말고는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참 특이한 식당이다. 세상에 이해 안 되는 일들이 가끔 일어난다. 논리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일들이 발생한다. 이 사장님의 스토리가 그렇다. 사장님은 좋은 기운을 갖고 있는 귀인(?) 임에(?) 분명하다. 우리 부부는 그렇게 믿고 있다. 우리가 사장님을 만나고 가면 기운이 솟아나고 좋은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칼국수 식당 손님 중 30% 정도가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이라고 한다. 그만큼 음식 맛이 좋다는 증거이다. 이 지역에 유명한 다른 칼국수 식당 사장님도 이곳에 와서 칼국수를 먹는다고 한다.
우리 부부도 칼국수 맛이 좋아 10년 넘게 이 식당의 단골이 되었고 사장님과 친분을 쌓았다. 우리는 칼국수가 생각날 때나 사장님이 보고 싶을 때 한 달에 한 번꼴로 이 식당에 온다.
사장님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행복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전이되는 듯하다. 맛있는 칼국수도 먹고 후식으로 주신 곶감도 참 맛있었다. 특히 사장님이 주신 긍정에너지가 우리 마음에 가득 채워져 기뻤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너무도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