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소망 사랑

가을을 타는 남자

kddhis 2024. 10. 30.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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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출근하면서 아내에게 집에서 함께 저녁을 먹자고 말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먼저 퇴근해서 고구마를 먹으며 아내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기다려도 기다려도 아내는 오지 않았다, 혹시나 약속을 잊었나 싶어, 카톡으로 "오는 길입니까?"라는 문자를  보냈다. 역시나 "저녁 먹고 갑니다"라는 답장 문자가 왔다. 야속하게 아내는 아침에 내가 한 말을 잊어버린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혼자서 저녁밥을 먹는 수밖에 없었다. 아내가 끊여놓은 콩나물김칫국에 김치와 무김치를 반찬 삼아 조금 늦게 저녁을 먹었다. 과식 탓인지 아니면 바쁜 하루의 긴장이 풀려서 인지 알 수 없지만 졸음이 쏟아졌다.

 

 

저녁 7가 막 넘어간 시간이라 잠을 자기에 너무 이르거니와 아직 퇴근하지 않은 아내를 기다려야 하기에 잠을 잘 수는 없었다. 안 되겠다 싶은 정신 차리려고 샤워를 했다. 

 

 

나는 눈이 피로하거나 몸이 찌뿌둥하면 세수한다. 그러면 기분전환도 되고 몸 상태도 괜찮아진다. 특히 세수하는 것보다 샤워하면 몸 컨디션의 개선효과가 크게 나타난다.

 

 

8시가 넘어가는데 아직 아내는 집에 오지 않았다. 나는 직장이 멀어서 차를 몰고 다니고 아내는 직장이 집 근처에 있어서 걸어서 출퇴근한다. 차로 5분 내, 도보로 10분 정도면 아내의 사무실에 도착할 수 있는 짧은 거리이다. 

 

 

먼 거리로 출퇴근하는 나는 일찍 출근해서 일찍 퇴근하고, 코앞에 사무실이 있는 아내는 늦게 출근해서 늦게 퇴근한다. 그만큼 나보다 아내가 출퇴근 시간에 자유롭다. 

 

 

아내가 올 시간이 되었는데도 아직 오지 않았다. 기다리는 내 목이 점점 길어져 기린 목이 될 판이다. 아내가 곁에 있을 때 몰랐는데 없으니 옆구리가 허전하다.

 

 

항상 옆에 있어 배우자의 소중함을 잊지만 눈에 보이지 않으니 생각나고 보고 싶다. 나는 지금 아내가 없는 집에서 가을 낭만에 빠져 허전함을 느끼는 남자가 된 기분이다. 그렇지만 외롭지는 않다. 혼자 있어 허전한 기분이 들지만 고독을 즐길 줄 아는 중년 남자이다. 

 

 

핸드폰이 울렸다. 아내 전화다. 마중 나올 수 있냐고 아내가 물었다. 두말할 것 없이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서둘려 집을 나섰다.

 

 

저 멀리 가로등 불빛 아래로 걸어오는 아내가 보였다. 반가웠다. 차가워진 가을밤에 아내와 함께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이게 사람 사는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다리고 마중 나오라고 말하는 아내가 있어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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