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인사
심난한 주말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머님이 지난 목요일 늦은 저녁에 중환자실에 입원했기 때문이다.
여든다섯 인 어머님은 의식이 없으십니다. 신경과 의사 선생님이 급하게 보호자를 찾았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연명 치료까지 언급하면서 어머님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어머님이 목요일 저녁 10시 40분경 119에 실려와 CT촬영 등 검사와 응급치료를 받고서 새벽 3시 30경에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옮겨지는 것을 보고 간호사의 안내를 받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오전에 다시 중환자실에 갔습니다. 울산에서 올라온 막냇동생과 제수씨를 중환자에서 만났습니다. 어머님 면회하고 우리는 어머님의 병환에 대해 20여분 정도 대화를 나누고 헤어졌습니다.
제 평생 잠을 자지 않고 하루 밤을 지낸 기억은 없습니다. 대학입학 시험공부 때나 취업공부 때, 그리고 직장 업무 때문에 새벽 2시나 3시까지 공부하고 일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병원에서 꼬박 밤을 새운 적은 없었습니다.
중환자실 면회가 토요일과 화요일 11시부터 11시 20분까지 제한되어 있어 오늘 일요일은 어머님 면회를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병원에서 돌아온 토요일 오후부터 휴식을 취했지만 피로에 쌓인 몸이 풀리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약이다.'라고 생각하고 일요일 오늘은 외출하지 않고 집에서 독서하며 쉬었습니다.
그래도 마음은 편하지 않았습니다. 위독하신 어머님 걱정 때문입니다. 어머님이 중환자실에 있는데 어찌 자식으로서 걱정이 되지 않겠습니다. 잠을 자지 못해서 피곤도 해졌지만 심리적으로도 충격을 받은 모양입니다. 나도 모르게 어머님의 병환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어머님이 의식에서 깨어나시어 맑은 정신으로 몇 년이라도, 아니 1년도 길면 몇 달이라도 사시다가 편안하게 우리 곁을 떠났으면 합니다. 이대로 어머님이 떠나시면 너무나 아쉽고 허망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마지막 작별인사라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머님이 낳으시고 기르신 자식 4명은 어머님과 헤어질 준비를 하지 못했습니다.
어머님, 병상에서 일어나셔서 우리에게 이런 말씀 정도는 해주시고 떠나셨으면 합니다. "얘들아, 이제 나는 떠날 때가 된 것 같다. 사이좋게 잘 살아라. 사랑하는 내 새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