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싸게 팝니다.
신발 제조공장에서 할인판매 행사를 한다기에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행사장까지 40여분이 소요되는 거리라 멀지 않아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했다.
목적지에 거의 다 왔다 싶었는데 행사장에 가까워질수록 차들이 서행한다. 이내 멈추었다 가다를 반복할 정도로 거북이 속도를 낸다. 행사장 1km쯤 남겨놓고 도로변에 주차해 놓고 걸어가는 성질 급한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생각지 않은 교통체증을 만났다. 유명 브랜드 구두를 싸게 판다는 소문을 듣고 인근 도시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든 탓이다. 조용한 농촌 지방 산업단지에 차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한 바탕 북새통을 이루었다.
어렵게 행사장에 도착을 했는데 주차 공간이 없다. 전용 주차장은 말할 것 없고 주변 이변도로에도 차들로 꽉 차있다. 아내를 행사장 입구에 내려드리고 행사장에서 한참 떨어진 골목길에 차를 세우고 10분 이상 걸어 행사장에 들어갔다.
행사장은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빼곡했다. 기절할 뻔했다. 사람들에 가려 구매할 구두가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구두 진열대를 보니 상당 부분 비어 있다. 먼저 온 사람들이 질 좋은 제품을 구매하여 신발 없는 빈 공간이 듬성듬성 보였다.
구두 사는 건 둘째치고 숨이 막혀 바로 행사장에서 빠져나왔다.. 밖으로 나오니 숨 쉴 수 있어 살 것 같았다. 괜히 왔나 싶었다. 아내를 기다리는데 아내가 언제 행사장에서 나올지 알 수가 없었다. 전화도 안 받는다. 깜깜무소식이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차로 갔다. 아내에게 연락 오기를 기다렸다. 1시간가량 지날 무렵 드디어 아내로부터 연락이 왔다. 행사장에 들어와 구두를 사라는 독려전화이다. 어지간하면 아내의 의견을 따를 텐데 이번엔 사정이 달랐다. 코로나19 감염도 무섭고 구두를 살 필요성도 마음도 사라져 버렸다.
이후 1시간쯤 지나서야 아내는 구입한 구두 3켤레를 들고 행사장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싸게 산 구두에 만족하는 기색이다. 나를 보자마자 왜 구두를 사지 않느냐고 핀잔을 준다. 가격이 너무 저렴해서 그런지 아내는 내가 구두를 구입하지 않은 것을 몹시 아쉬워했다.
이 먼 곳까지 와서 사람구경 잔득하고 돌아가는 게 영 마음이 개운치 않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예전에 세계 명품 브랜드 선착순 할인행사에서 구매한 상품을 다시 파는 상거래를 본 적이 있다. 이 공장에서는 추석, 설 명절에 대폭적인 할인 행사를 정기적으로 갖는다고 한다. 할인 행사 때 구두를 대량으로 구입하여 온라인 쇼핑몰에서 팔면 유명 브랜드라 인지도가 높아 잘 팔리지 않을까. 특히 구두라 썩지 않기에 장기 보관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이 구두 할인행사처럼 1년에 2~3개 할인판매 상품만 확보한다면 소매 판매업을 시작할 수 있다. 네이버 등 온라인 쇼핑몰에다 팔거나 아니면 길거리 노상에서 팔아도 된다. 질 좋고 값싼 상품만 확보할 수 있다면 누구나 사업할 수 있다. 온라인 쇼핑몰뿐만 아니라 당근마켓에서도 팔 수 있다. 팔 물건만 있으면 누구나 판매 사업을 할 수 있는 편리한 세상이다.